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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 조광희, 물 위의 박태환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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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조광희

강진선 한국 카누 대표팀 감독은 24년 만에 한국 카누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긴 조광희(21·울산시청)를 ‘카누계의 박태환’이라고 표현했다. 조광희는 29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카누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카약 1인승 200m 결선에서 35초464 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천인식이 3관왕에 오른 이후 첫 금메달이다.

 카누는 카누와 카약으로 나뉜다. 카누(Canoe)는 캐나다 인디언들이 자작나무 껍질로 만들어 타던 배에서 기원했고, 카약(Kayak)은 그린란드 지방 에스키모인들이 바다표범 가죽으로 덮어 만든 배에서 유래됐다. 둘 다 선착순 경주지만, 카누는 외날 노, 카약은 양날 노를 쓴다.

 ‘Korea’의 앞글자 ‘K’가 쓰여진 모자를 쓴 조광희는 이날 거침없는 양쪽 패들링(노젓기)으로 줄곧 1위를 달렸다. 골인 지점 직전 ‘쇼트트랙 날 들이밀기’처럼 ‘배 밀어넣기’로 확실하게 1위로 통과했다.

 카누와 카약은 이날 12종목 결승에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금메달을 각각 5개, 2개를 획득했다. 그만큼 힘과 체격조건이 중요하다. 1.067초 뒤져 은메달을 딴 어니스트 이르나자로프(우즈베키스탄)는 1m90cm·90kg다.

 1m82cm, 94kg인 조광희는 초등학교 때 단거리 선수였지만 키가 또래들보다 머리 하나 이상 작아 포기했다. 부여중 1학년 때 잠시 복싱을 하다가 친구가 하던 카누에 꽂혔다. 2011년 고3때 성인 대표팀에 뽑힌 조광희는 외국인 코치 지도 방식과 맞지 않아 스스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2개월간 방황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골격 근량 비율을 높이고, 체지방을 낮췄다. 현재 조광희는 옆에서 보면 마치 역도 선수 같다.

 조광희는 첫 출전한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당시 고2 때 3관왕에 오른 박태환과 비견된다. 강 감독은 “카누도 수영처럼 감각이 중요하다. 광희는 감각과 근육이 좋다”며 “아시아 1위를 해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광희는 이제 21살이다. 잘 자라면 남자 카누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조광희는 ‘박태환처럼 카누계 개척자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네, 많죠”라고 답하며 해맑게 웃었다.

 ‘카누계 왕언니’ 이순자(36·전북체육회)는 여자 카약 500m 4인승에서 은메달,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땄다.

하남=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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