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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미사일, 나노 로봇 … 불치병 전선으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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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호 01면

나노 과학은 미세한 세계다. 암세포를 찾아가 진단과 표적치료를 동시에 하고, 적혈구 이상도 치료할 수 있는 나노 로봇은 휼륭한 감시자이자 치료자다.

인류 질병 정복의 역사는 눈부시다. 100년 전만 해도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던 천연두를 페니실린으로 정복했고, 불치병의 대명사였던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약으로 다스릴 수 있게 됐다. 죽음의 병으로 불렸던 에이즈조차 정복의 단계에 도달했다. 각종 백신으로 질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암이나 치매 등은 여전히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와 분자를 다뤄 질병을 발본색원하는 정밀한 치료기술이 요구된다. ‘나노 과학’이 그 해결사로 등장하고 있다. 나노과학은 난치성·불치성인 질병을 정복하는 돌파구로 평가받는다.

 나노는 10억분의 1을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다. 머리카락 두께가 보통 5만㎚라는 점을 감안해야 겨우 가늠할 수 있는 크기다. 지구(지름 약 1만3000km)로 볼 때 이 크기는 단추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 나노 과학은 지구에서 누군가가 사용할 수 있는 단추를 찾고, 이것의 모양과 용도를 알맞게 가공하는 일인 셈이다.

 나노 과학이 응용되는 분야는 넓고 다양하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나노 과학의 활약은 혁명이라 불릴 만큼 두드러진다. 100㎚ 이하의 물질은 물리·화학적 특성이 달라지는데, 표면 반응이 활발하고 세포막을 투과해 세포 수준에서 기능을 발휘한다. 나노 입자는 기존에 간이나 심장처럼 장기에 보내진 약물들을 종양이나 막힌 신경 등 정밀한 수준으로 타격한다. DNA를 검사한 뒤 문제를 일으키는 단백질을 선택해 고치기도 한다. 면역 거부반응이 없는 맞춤형 연골이나 피부를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 그뿐 아니라 자성을 가진 나노입자는 영상 진단장비에 활용돼 미세혈관이나 종양을 볼 수 있게 하며, 나노 항암제는 정상 조직을 해치지 않아 부작용 없이 정밀한 치료가 가능하다.

 나노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때문에 하나의 나노 원천기술이 과학의 판도를 뒤집을 것으로 예견된다. 연구도 활발하다. 국내 연구진은 최근 종양만을 골라 항암제를 투여하는 ‘나노 미사일’을 만들고,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먹지 않고 붙이기만 해도 되는 나노 파스나 세포처럼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아픈 부위를 고치는 나노 로봇도 개발 중이다. 나노 과학과 관련된 논문은 2000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1만2636편이 나왔지만, 2013년에는 7만4623편에 이른다. 평균 논문 증가율의 4배다. 성장세가 빠른 만큼 세계 각국의 경쟁도 치열하다. 인류의 삶과 밀접한 제약·의료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란 평가다. 국내 과학자는 물리·화학·생명공학 등 학문을 넘나드는 융합으로 나노의학의 새 역사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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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장훈·박정렬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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