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하면 뭐하나…예산 지원은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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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윤인순(새정치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들어 8월까지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1만24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7541건)보다 35% 증가했다.

아동학대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정부의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는 내년 아동학대 관련 예산을 309억 원(국비·지방비 합계)으로 책정했다. 이 중 정부가 국고로 지원하는 예산은 169억 원이다. 당초 복지부가 신청한 573억 원에서 대폭 깎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예방 제도가 현장에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우려한다. 오는 29일부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다. 지난해 경북 칠곡과 울산에서 잇따라 일어난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과 아동보호기관 상담원이 현장에 함께 출동하고, 신고 기준도 아동학대를 '알게 된 경우'에서 '의심되는 경우'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이 시행되면 지역 전문기관의 업무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 의원은 "상담원 1인당 담당하는 평균 아동 수가 현재 90여 명에서 내년에는 11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 예산안에 상담원 증원을 위한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세이브더칠드런·굿네이버스 등 아동·사회복지 단체 12곳은 성명서를 내고 "내년 정부의 아동학대 예방예산을 보면 과연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의지가 있는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앞으로 늘어날 수요를 생각하면 현상유지 수준의 현 예산안은 사실상 후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김혜미 기자 cre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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