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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년 세월이 빚은 기묘한 종유석 … 연 5만 관광객들 ‘야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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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어름치마을. 30가구 약 50명이 사는 산골 중의 산골이지만, 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연 5만 명에 이른다. 산 기슭에 기댄 이 두메 산골에 관광객이 줄을 잇는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최대한 활용한 체험 시설이 많기 때문이다. 1997년 동강에서 가장 먼저 래프팅을 시작한 마을이고, 국내 유일의 생태탐험 동굴인 백룡동굴을 거느린 마을이 어름치마을이다. 덕분에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대한민국 농촌마을 대상’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어름치마을 김정하(49) 위원장은 “우리 마을은 도시인에게 체험 관광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연을 활용한 공동 수익창출의 새로운 농촌마을 모델을 제시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행복마을’을 선정·발표한다. 행복마을은 대한민국 농촌마을 대상의 새 이름이다. 오는 11월 제1호 행복마을의 주인공이 가려질 예정이다.

행복마을 선정에 앞서 week&이 체험형 농촌마을의 성공 사례 두 마을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첫 번째 순서가 하늘을 날고 동굴을 탐험하고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산촌마을의 모범 어름치마을이다.

백룡동굴 끝에 있는 대형광장에서 종유석과 석순이 만들어낸 기기묘묘한 생성물을 볼 수 있다.

오리걸음에 포복까지 … 재미난 백룡동굴 탐험

백룡동굴은 국내 유일의 생태체험 동굴이다. 반드시 가이드가 동반해야 한다. 백룡동굴은 ‘관광’이 아니라 ‘탐험’하는 동굴이다. 개구멍 같은 좁은 길을 통과하기 위해서 박박 기어야 하고, 때로는 오리걸음도 해야 하지만 미지의 지하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흥미진진하다.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이유다.

붉은 색 탐험복과 장화·장갑·안전벨트, 헤드랜턴이 달린 안전모를 쓴 뒤 배를 타고 동강을 100m쯤 거슬러 올랐다. 배에서 내리니 ‘뼝대’라 불리는 동강 절벽에 동굴 입구가 나 있었다. 어른 두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이의 입구를 들어서니 완전한 암흑세상이었다. 관광형 동굴은 전기로 불을 밝히지만 백룡동굴에는 전기가 들어가지 못한다. 가이드의 손전등과 헤드랜턴으로만 길을 밝힌다.

가이드가 비춰주는 조명에 의지해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조명에 모습을 드러낸 동굴 안은 아름다웠다. 1억 년이라는 억겁의 세월동안 물방울 하나하나가 떨어져 만든 기기묘묘한 종유석과 석순·석주를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손을 맞잡은 연인, 김삿갓, 피아노, 생각하는 사람, 신의 손 등 각양각색의 모양이었다. 물방울 하나가 떨어져 만든 작품을 보면 ‘신의 물방울’은 와인이 아니라 바로 이 석회암 물방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부터 750m 지점 동굴 끝에 대형 광장이 있었다. 가이드가 모든 참가자의 헤드랜턴을 껐다. 눈을 아무리 크게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옆 사람의 윤곽조차 보이지 않고 오직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가이드는 ‘절대 어둠’이라고 표현했다.

“여러분은 지금 빛이 얼마나 고마운지 직접 체험하고 있습니다.” 20초의 명상시간이 끝나자 가이드가 갑자기 한 곳에 조명을 비췄다. 지금까지 봤던 모든 종유석을 다 모아놓은 듯했다. “만물상입니다.” 또 한 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연을 벗 삼아 노는 방법

1 백룡동굴에서 볼 수 있는 피아노형 종유석. 2 하늘을 나는 레저기구 ‘동강 라이더’. 3 평창 동강 민물고기 생태관의 대형 수족관.

동강은 하늘이 어름치마을에 내린 축복이다. 이 산골 마을이 유명해진 것도 마을을 끼고 흐르는 동강 덕분이다. 어름치마을은 자연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다양한 레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여름에는 래프팅이 인기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에는 자전거 하이킹이 래프팅을 대신한다. 왕복 10㎞ 길이의 동강을 따라 아름다운 풍광을 구경하면서 쉬엄쉬엄 페달을 밟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전거라고 해서 힘들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전기자전거여서다.

자전거를 탈 줄 안다면 전기자전거도 쉽게 탈 수 있다. 마치 오토바이 같다. 안장에 앉아서 페달을 밟지 않고 핸들 레버를 돌리기만 하면 앞으로 나간다. 최고 시속 25㎞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콘크리트 포장길인데다 오르막도 거의 없어 핸들 조작만 빼면 자전거에 거의 신경을 안 써도 된다.

‘동강 라이더’라는 놀이기구도 있다. 하늘에서 즐기는 레저기구로, 야산에 세운 타워에 올라 외줄에 몸을 맡기면 동강 지류인 창리천을 가로질러 250m 거리를 신나게 날아간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지점에는 ‘스카이 점프’도 있다. 인간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11m 높이의 타워에서 완강기에 몸을 묶은 뒤 밑으로 뛰어내리는 시설이다. 심장이 뚝 떨어질 것 같은 최고의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천연기념물 259호 어름치와 1m가 넘는 메기를 볼 수 있는 평창 동강 민물고기 생태관이 있고, 구불구불한 동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칠족령을 갔다 오는 칠족령 트레킹도 즐길 수 있다.

●여행정보=어름치마을(mahari.kr)은 서울시청에서 약 200㎞ 거리이지만, 워낙 산골이어서 자동차로 4시간 가까이 걸린다. 천연기념물 260호 백룡동굴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9차례 180명만 입장할 수 있다. 탐사 시간은 약 2시간 50분 걸린다. 어른 1만5000원, 어린이 1만원. 동강 라이더는 1회 1만2000원, 스카이 점프는 6000원이지만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면 두 개 합해 1만5000원에 탈 수 있다. 전기자전거 이용요금은 1시간 8000원, 평창 동강민물고기 생태관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1500원이다. 모든 시설물은 월요일 휴장한다. 마을에 민박 11채가 있고, 캐러밴 6대가 설치돼 있다. 4인 기준 10만원. 033-333-6600.

글=이석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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