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틴틴경제] 공유경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일러스트=강일구]

Q 요즘 신문이나 TV에서 택시와 비슷한 서비스라며 ‘우버’가 자주 등장하던데요. ‘공유경제’라는 말도 종종 나옵니다. 학교 교과서에 보면 시장경제는 소유권을 기반으로 한다는데, 공유경제는 어떤 개념인가요.

A 틴틴 친구도 ‘우버(Uber)’를 들어봤군요. 이 회사는 콜택시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답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클릭하면 최고급 세단이 도착하고, 친절한 운전기사에게 안내를 받아 사장님처럼 목적지까지 안락하게 갈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틴틴 부모님들이 밤 늦게 택시 승차 거부를 당해도 우버를 이용하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답니다.

 가격은 일반 택시와 비교할 때 1만~2만원 비싼 편입니다. 하지만 과거 승차 거부를 당했다거나 불쾌한 냄새가 나는 택시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기존 택시보다 좋다”며 우버의 등장을 반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 회사의 서비스가 불법이라고 합니다.

자가용·승객 연결하는 ‘우버’가 시초

 우버라는 회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할게요. 우버는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생긴 회사입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승객과 운전기사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콜택시 연결 서비스와 비슷합니다. 다른 점은 당국의 정식 허가를 받고 영업을 하는 택시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일반 차량과 승객을 연결해 준다는 겁니다.

 창업자는 한참 동안 잡히지 않는 택시에 짜증을 내다가 이런 사업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승객은 택시를 잡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고, 일반 운전기사는 주차장에 서 있던 자기 차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기존 택시에 대한 불만이 많았던 탓인지 우버 서비스는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4년 만에 전 세계 40여 개국, 150개 도시에 우버 택시가 등장했습니다. 벤처 투자 회사들도 잇달아 우버에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바로 이 우버 서비스에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모내기나 김장 등 큰일을 할 때 이웃끼리 서로 도와주는 ‘품앗이’와 유사합니다. 시민단체 활동가나 일부 정치인들은 공유경제가 시장경제를 대체할 수 있을거라고 말하기도 한답니다.

 특히 모바일 기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널리 보급되면서 공유경제는 더욱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세계 공유경제 시장은 올해 1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0조원 가량까지 커질 전망입니다. 우버만 보더라도 올해 6월 추가로 12억 달러(1조2000억원)를 유치해 기업가치가 182억 달러(18조6000억원)나 되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리무진 서비스뿐만 아니라 집에 남는 빈 방을 빌려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Airbnb)’입니다. 일정한 비용을 받고 자신의 방이나 빈집, 별장을 임대할 수 있게 연결해 주는 기업입니다. 홈페이지에 집주인이 임대할 집을 올려놓으면 고객이 이를 보고 원하는 조건에 예약하는 방식입니다. 집주인에게는 숙박비의 3%를, 여행객에게는 6~12%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현재 192개국 3만 개 도시, 30만 개 이상 방이 에어비앤비에 등록돼 있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굳이 여행사에 호텔 예약을 할 필요 없이 인터넷만 있으면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을 빌려쓸 수 있습니다. 지난해 이 서비스 이용자는 400만 명에 달하고, 회사 가치도 현재 100억 달러(약 10조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초에 있었던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이나 여름에 있었던 브라질 월드컵 때, 경기를 보러간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 서비스를 많이 이용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자자’라는 이름의 비슷한 빈방 빌려주기 서비스가 있어요. 서울 북촌을 비롯한 국내 주요 관광지에서 외국인이 묵을 수 있는 가정집, 게스트하우스 등을 소개해주고 수수료를 받고 있답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주차할 곳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있답니다. 틴틴들이 부모님하고 프로야구나 프로축구를 보러갈 때 아빠, 엄마가 차를 대느라 고생하시는 걸 본 적이 있지요. 이럴 때 경기장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경기 당일 날 자신의 주차장을 빌려주고 돈을 번답니다. 이름도 ‘우리 집에 주차하세요(Parkatmyhouse)’란 서비스입니다. 관람객은 쉽게 주차하고 근처 사는 사람들은 큰 힘 들이지 않고 돈을 버는 새로운 사업이라 서로가 ‘윈윈’입니다.

기존 업자와 마찰 … 세금 문제도 생겨

 그렇지만 새로운 시장과 산업이 생기면 그에 따른 부작용은 반드시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기존에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고,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피해도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우선 기존 기업들과 공유 경제 기업 간 충돌 문제가 있습니다. 카셰어링 업체와 택시 기사 사이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을만큼 커져 각 국 정부들이 개입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특히 택시 업체들은 표를 무기로 정치인들과도 끈끈한 연대 관계도 맺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선 우버가 불법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캘리포니아 주에선 우버 영업을 승인했지만 버지니아 주에서는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우버를 이용해 택시 영업을 하면 1만 유로의 벌금을 내도록 규제하고 있고요. 호텔 등 숙박업소와 빈집 공유 업체도 서로 으르렁거리며 맞서고 있습니다. 일부이긴 하지만 공유경제 때문에 경기가 죽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이도 있습니다.

 각종 규제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걸림돌입니다. 특히 세금을 제대로 거둘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지요.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자본주의 원칙이 관련 법규 문제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공유경제가 ‘지하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요.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점은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이 새로운 형태의 사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경제학자들은 공유경제가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개념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단지 땅이나 물건의 ‘소유권’만을 매매했던 시장 경제가 인터넷 기술의 발달에 따라 ‘사용권’이나 ‘대여권’까지 사고 파는 수준까지 발달했다는 것이지요. 이는 인터넷으로 인해 거래 속도가 기존과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빨라진 덕분입니다.

 틴틴이 배우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과정은 ‘플레이어’ 교체를 반드시 유발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대로 혁신적인 기술들은 기존 행위자들의 먹을거리를 빼앗으며 사회·정치적 논란을 야기하곤 했거든요. 기존 경제 시스템과의 충돌은 공유경제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 중 하나이고요. 사실 시장 경제는 없는 수요도 만들어 생산해서 판매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돈을 벌고 또 다른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김영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