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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빨리 열자" 합의 … 세월호법은 원내대표 대화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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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만났다. 양당 대표는 국회 정상화 필요성을 공감하고 각 당 원내대표에게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당직자가 방송 마이크를 옮기면서 문 비대위원장의 목에 줄이 걸리자 김 대표가 이를 풀어주고 있다. [뉴스1]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우리가 막힌 정치를 뚫는 전문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문희상 위원장이 정치가 복원되는 데 역할을 해주실 거다.”

 22일 국회 새누리당 당 대표실에서 김 대표와 문 위원장이 만났다. 첫 상견례에서 “꽉 막힌 정국을 함께 풀자”는 총론까진 의견이 접근했다. 이날 회동은 오전까지만 해도 불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김 대표가 몸살로 당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위원장이 김 대표의 의원회관 사무실로 무작정 찾아가겠다고 나서자 김 대표도 국회 의무실에서 수액을 맞아가며 문 위원장을 맞았다.

 김 대표는 오후 4시 문 위원장이 대표실에 들어서자 평소 자신이 앉는 상석의 바퀴 달린 의자를 내줬다. 그러면서 “문 위원장은 의회민주주의자이자 존경받는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문 위원장은 “내가 인사하러 온 대표(2005년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는 다 대통령이 되더라”고 덕담했다.

 여권 차기 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김 대표에 대한 최고의 선물이었다.

 문 위원장은 “정치의 본령은 국민을 생각하는 것인데 김 대표는 그런 기본을 어기지 않았다”며 “상도동계인 김 대표와 동교동계인 내가 정(情) 있는 정치의 막내인 것 같은데, 우리가 막힌 정치를 뚫는 데 앞장서겠다”고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20여 분간 배석자 없이 만났다. 회담이 끝난 후엔 두 가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첫째는 정치를 복원하고 국회를 빨리 연다는 것, 둘째는 세월호특별법 등 국회 일정에 관해선 양당 원내대표가 대화를 재개하도록 촉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원론적 수준의 발표였지만 양당 관계자들은 “대화의 물꼬를 트고 국회 정상화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뒀다.

 특히 두 사람이 이완구-박영선 원내대표 라인에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재개하도록 촉구한 것은 절차적 하자 문제를 걸러내고, 협상 결론에 힘을 실으려 한 것이란 분석이다. 청와대 설득·협의 과정이 남아 있어 다소 시간이 필요한 데다 엄연히 원내 문제인 만큼 양당 원내대표의 체면을 살려주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상처 입은 박영선 원내대표를 다시 한번 ‘보증’해준 셈이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동 직후 “국회가 열리지 않는 데 대한 국민적 비판에 뜻을 같이했다”며 “앞으로 자주 대화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양당 원내대표 외에 김 대표와 문 위원장이 참여하는 이른바 ‘2+2’ 회동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로선’ 약속한 바 없다”고 답했다. 일단 양당 원내대표에게 전권을 주되 상황에 따라선 김 대표와 문 위원장이 개입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으로 정국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이견은 현격하다.

 문 위원장은 “빠른 시일 내에 유가족이 동의하거나 최소한 양해하는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여당 몫의 특검 추천위원 2명에 대한 권한을 유족에게 넘겨주는 안은 백설공주에게 독사과를 2개 주고 먹으라는 것과 같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은 여당 몫 특검 추천위원 2명에 대한 동의권을 야당·유족이 행사하는 ‘이완구-박영선 2차 합의안’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해놓은 상태다.

이가영·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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