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유도 정경미, 남북대결 승리하며 아시안게임 2연패 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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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힘은 위대했다. 그저 '멋있게 이기고 싶어서' 유도에 입문한 소녀를 한국 여자유도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이룬 '마스터'로 키워냈다.

여자 유도 간판 정경미(29·하이원)가 남북 대결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78kg급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랭킹 6위인 그는 지난해 리우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북한의 설경(24·랭킹 11위)을 맞아 지도승을 거뒀다. 유도가 이번 대회에서 거둔 4번째 금메달이자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101번째 메달이다. 1986년 서울 대회에서 유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 유도는 금 36개·은 24개·동 41개를 따내며 효자 종목의 지위를 이어왔다. 정경미는 세대교체가 활발한 한국 여자 역도에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이룬 최초의 선수가 됐다.

결승전 상대 설경은 북한의 체육 영웅이다. 올해 초 북한 체육계가 발표한 '2013년 10대 최우수 선수'에도 이름을 올렸다. 북한은 그가 출전한 여자 유도 78kg급을 역도와 함께 금메달 전략 종목으로 점찍었다. 설경은 2010년 광저우 대회까지 70kg급에서 뛰다가 지난해 체급을 올려 정경미의 라이벌이 됐다. 지난해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정상급 기량도 입증했다. 북한 주간지 통일신보는 지난 7월 설경을 소개하며 "국제경기에서 공화국기를 하늘 높이 휘날린 우수 선수다.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더 많은 금메달을 따내 나라와 민족의 존엄과 영예를 빛낼 것"이라 칭찬했다.

부담감 속에서 정경미의 집중력을 유지시킨 힘은 성실성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이었다. 정경미는 허리디스크에 의한 통증으로 대회 준비 기간 내내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운동을 그만두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할 정도로 고통스런 나날이었지만, 결국 유도복과의 인연을 끊지 못했다. 조용철 대한유도회 전무는 "경미는 성격이 무던하고 긍정적이라 여자선수이면서도 '곰'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특유의 성실성이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날 동메달도 4개를 보탰다. 여자 78kg 이상급의 김은경(26·동해시청)이 나기라 사르바쇼바(키르기스스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안뒤축걸기에 이은 누르기로 한판승을 거뒀다. 남자 90kg급 곽동한(22·용인대)과 헤비급(+100kg)의 김성민(27·경찰체육단)은 각각 콤론쇼흐 우스토피리온과 무함마드무로드 압두라흐모노프(이상 타지키스탄)에 우세승을 거뒀다. 100kg급 조구함(22·용인대)도 자바드 마흐주브(이란)를 한판승으로 꺾었다. 남·녀 대표팀은 23일 이번 대회에 신설된 단체전에 출전한다.

인천=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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