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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임각수 괴산 군수가 직원들 앞서 유언장 쓴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각수 괴산군수(아래)와 주민들이 `장례식을 괴산에서 치러달라`는 유언장을 들고 있다. 괴산군은 이런 유언장을 쓰면 100만원을 준다. 임 군수의 아이디어다. 장례식이 괴산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이유다. 프리랜서 김성태

 
“꼭 고향의 장례식장에서 상(喪)을 치러다오.”

한 군수가 지난 8월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이런 내용의 유언장을 썼다. 그러더니 주민을 대상으로 같은 내용의 유언장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쓰면 100만원”이란 당근도 내걸었다. 임각수(67ㆍ무소속) 충북 괴산군수 얘기다. 이뿐 아니다. 임 군수는 지역 예식장을 이용하는 신혼부부에게 200만원을 주는 조례를 지난 11일 입법예고 했다. 그는 “결혼식 하객들이 온 김에 관광도 하고, 차량에 기름을 넣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지역 결혼식장ㆍ장례식장 수입도 늘리고, 부수입도 챙기기 위해 만든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괜히 임각수 군수를 ‘괴짜 군수’라 부르는 게 아니었다. 온갖 독특한 발상을 실행에 옮겼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군수에 당선된 뒤부터 그랬고, 지난 6ㆍ4 지방 선거에서 3선한 뒤에도 마찬가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0년엔 산골 괴산에 염전을 만들었다. 남아도는 소금물을 어찌할까 아이디어를 짜낸 결과였다. 김장용 절임배추로 한 해 320억원 소득을 올리는 괴산군은 해마다 11월이면 430곳 작업장에서 쓰고 남은 소금물이 처리가 골칫덩이였다. 800t 소금물을 처리하는 비용이 만만찮았다.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가 ‘육지 염전’이었다. 비닐하우스 안에 염전을 만들어 소금물에서 다시 소금을 뽑아냈다. 재생산한 소금은 테니스장이나 게이트볼장 같은 스포츠 시설에 수분을 흡수하는 용도로 뿌리는 데 쓴다. 뿐만 아니라 ‘육지 염전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돈을 벌고 있다.

지금은 ‘산골 수산시장’까지 만들 작정이다. 괴산군은 국비 217억원을 받아 건어물ㆍ통조림 등을 만드는 수산식품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다. 어차피 원료로 생선을 받아오는데, 수산시장이라고 못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게 임 군수의 생각이다.

2011년 문을 연 장교양성 시설 ‘학생군사학교’와 특전사 낙하훈련장 등을 유치해서도 재미를 봤다. 이 시설로 말미암아 상주 군인들과 면회객 등 연간 60여만 명이 괴산에 다녀가게 됐다. 계속 자라나는 잔디를 관리하기 위해 훈련소에서 6개월 마다 떼어내는 잔디는 괴산군이 팔아 추가 수입을 올린다. 이렇게 효자가 된 군사시설을 유치할 때 임 군수는 부지 인근 이름없는 봉우리에 ‘장군봉’이란 이름을 붙이고 “괴산군에 훈련장을 만들면 장군이 많이 날 것”이라고 설파하기도 했다.

튀는 아이디어 때문에 역풍을 맞기도 했다. 2007년 술 잘먹는 공무원에게 ‘음주문화상’을 줬던 일이다. 지역상권이 가라앉았다고 아우성이어서 아이디어를 냈다가 “정신병자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철회했다. 임 군수는 “그 덕에 당시 ‘괴산’이 인기 검색어에 오르는 효과는 거뒀다”며 웃었다.

괴산군 칠성면이 고향인 임 군수는 괴산고를 졸업하고 국민대 행정학과를 나왔다. 행정고시에 7번 낙방한 뒤 7급 공무원이 돼 강원도의 통계사무소 직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DJ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 총무관리담당관을 지냈고, 2006년 무소속으로 나와 괴산군수가 됐다. 그는 “7급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발상의 전환’이 없으면 2등 밖에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 뒤 늘 판에 박힌 일을 바꾸려 노력했던 게 남다른 아이디어를 내는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임 군수는 “3선을 마치고 나면 동네 반장이 돼 또다시 괴산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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