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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짝퉁에 시장 다 뺏겨" 패션·화장품 유통망 확보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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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별그대 효과요? 저희는 정말 억울하죠. 전지현씨가 쓴 건 우리 립스틱인데 불티나게 팔린 건 수입브랜드 제품이었으니까요.”

 국내 1위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 관계자의 한탄이다. 치맥·라인·천송이 열풍을 몰고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주인공인 배우 전지현씨가 극 중에서 사용한 립스틱은 아모레퍼시픽의 ‘롤리타 렘피카’ 립스틱이었다. 그러나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찾은 건 ‘입생로랑’의 틴트였다. 전씨가 입생로랑을 사용한 것으로 잘못 알려졌기 때문이다.

 좋은 콘텐트를 제작할 능력은 있지만 유통에는 까막눈인 한국의 현주소다. 아모레퍼시픽처럼 투자하고도 홍보 효과는 다른 데 빼앗긴 사례가 있는가 하면 ‘대박 드라마’에 운 좋게 편승해 반짝 매출 상승을 노리다가 오래지 않아 간판을 내린 업체도 있다. 한류의 산업화와 유통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별그대’와 같은 드라마를 제작한 것은 한국이지만 관련 제품으로 돈을 버는 것은 중국”이라고 잘라 말했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 중국이나 동남아 등 국가에서는 발 빠르게 OST나 포스터·DVD 등 드라마 관련 콘텐트를 제작한다. ‘천송이 코트’ ‘천송이 립스틱’ ‘천송이 가방’ 등 2차 시장에서 유통되는 관련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이 관계자는 “잘 팔릴 것 같은 제품은 초반에 구입해 똑같은 짝퉁을 만들어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한다”며 “한류 열풍으로 실제 돈을 버는 것은 중국 업체와 연예인뿐”이라고 말했다.

 한류 열풍을 실질적인 경제 효과로 바꿔내는 작업이 시급하다. 중국 등 일부 아시아권 국가를 중심으로 ‘겨울연가’(2003), ‘대장금’(2005) 등 드라마를 수출한 한류 1.0 시대, K팝을 가지고 미국·유럽시장까지 공략한 한류 2.0시대를 넘어 국내 수출 산업과 문화 콘텐트를 연계해 유통하는 한류 3.0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콘텐트 제작은 물론 유통 관련 산업의 파급효과를 고려해 잠재력을 무한 증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 백다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류와 제조업을 연계해 해당 기업이 콘텐트 제작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한국 브랜드의 수익을 다각화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제는 유통망 확보다. 그간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중국에서 국내 기업들이 자리 잡기는 쉽지 않았다. 중국 내 사업자들이 현지인과 합작법인을 세울 수밖에 없던 이유다. 정부가 최근 유통망 확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미래창조과학부·농림축산식품부는 5일 ‘중국 내수시장 진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국내 중소기업 제품들이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에 자동 등록되도록 하는 게 첫걸음이다. 무역협회가 운영하는 쇼핑몰 ‘Kmall24’와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알리바바의 ‘Tmall’을 연계한다. 중소기업이 무역협회의 Kmall24 홈페이지에 상품을 올리면 중국 알리바바 Tmall에도 자동으로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판로 확보가 신제품 개발보다 어렵다”는 기업들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인 조치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 유통체인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KOTRA는 ㈜라인플러스가 지난 7월 태국 내 구축한 모바일 쇼핑 애플리케이션 LINE SHOP을 통해 한류 상품들을 태국 현지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박균 태국 LINE SHOP 매니저는 “한류가 태국 소비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고 모바일을 사용하는 젊은 소비자층이 한국 상품에 관심이 많다”며 “국내 기업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4일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한류가 이끌어낸 부문별 경제효과를 발표했다. 문화콘텐트 수출이 1% 증가하면 같은 해 소비재 수출이 0.038% 증가하고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0.019% 늘어난다. 서비스업 외국인직접투자(FDI) 역시 한류에 따른 문화콘텐트 수출 1% 증가에 따라 0.08∼0.09%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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