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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노사 산별교섭 합의 재계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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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금속 업종의 노사가 지난 22일 산업별 교섭을 하기로 전격 합의함에 따라 재계는 집단 파업 등을 걱정하며 긴장하고 있다.

금속 노조가 대표성을 띠고 협상 테이블에 나섰다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 거두면 집단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 보건의료등 다른 업종이나 개별 기업 교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재계는 또 이번에 산별교섭키로 한 95개 업체의 경영 사정이 천차 만별이고 단체 협약 내용마저 다른 만큼 이번에 금속노조가 주요 협상 의제로 제시한 ▶주 40시간 근무(주5일제근무)▶비정규직 보호 등이 원만히 타결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칫하면 이번 산업별 교섭 합의가 집단쟁의나 총파업의 빌미만 주지 않을까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산별교섭이 확산되면 근로 조건 등에 관한 부분은 산업별로 하고 복지 등에 관한 부분은 회사별로 하게 돼 있어 교섭기간의 장기화로 회사경영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고 걱정했다.

재계는 산별 교섭을 하더라도 노조가 ▶교섭중에는 파업을 하지 않고 ▶지역별 집단교섭을 같이하는 이중 교섭을 최소화하는 데 동의해 줘야 할 것이라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영배 경총 전무는 "이번에 금속노조가 중소 금속업체 중심으로 중앙(산별)교섭을 하려는 것은 노조의 위상을 강화하자는 것으로 보인다"며 "금속업종의 산별 교섭은 올 노사관계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업 노조 조합원들은 산별교섭에 적극적인 호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금속연맹 소속의 노조 집행부는 산별 교섭을 추진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은 산별 교섭 결과에 따라 중소기업과 근로조건을 맞추다 보면 오히려 일하는 조건이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산별로 갈 경우 노조 지도부는 지도부대로 단체 협상권을 산별노조에 넘겨야 하기 때문에 사업장 노조 지도부의 힘이 약화될 것을 걱정한다는 시각도 있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2001년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하지만 노사가 지난해 집단교섭을 안하기로 합의해 이번 산별교섭 업체에선 빠졌다.

그러나 노조 측이 최근 집단교섭을 안하기로 한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해 충돌을 빚는 등 이를 둘러싸고 대립 양상을 보였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노사협상에서 단협을 2년마다 하기로 한 만큼 올해는 임금협상만 하고 단협은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해양노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산별가입건이 조합원 3분의2의 찬성을 얻지못해 무산됐지만 올해는 이를 통과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윤희.이영렬 기자

*** 금속노조 - 회사 협상

◇산별교섭 어떻게 하나=비슷한 업종의 노조가 모여 만든 것이 산별노조다. 이번 산별교섭 합의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금속노조에 가입한 각 사업장 노조는 금속노조의 지회가 돼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 체결권을 금속노조에 위임한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가 협상 대표로 나서 해당 회사와 협상을 하며 여기서 합의한 단체협약 내용은 바로 각 사업장이 회사와 합의한 것과 같은 효력을 띠게 된다. 그러나 단체협약 이외의 임금 부문 등은 사업장 노조가 회사와 별도로 협상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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