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발맞춘 종교 문화|가톨릭의 허 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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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로마교황청 72인주교위원회의 이혼조건들을 규정한 새로운 교회법안의 승인으로「혼인무효」의 문화를 거의 사회법수준에까지 끌어올린 가톨릭의 이혼허용은 많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앞으로의 귀추가 크게 주목되고 있다.
격렬한 토의끝에 승인원 새교회법안의 혼인무효사유는▲배우자의 신체적 질병및 정신착란등에의한 결혼생활 불능▲배우자 상호의 권리와 의무이행 능력에 중대한 결함이있는 경우등이다. 교황 「효한· 바오로」 2세의최종 재가를 받아 내년봄 공포될 예정인 이같은 새로운 교회법 제정은 미국 카톨릭 주교들이 주도해온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카톨릭은 아직도 이혼대신 혼인무효라는 용어를 쓸것을 고집한다. 따라서 이번 교화법의 손질도 「혼인무효의확대해석」 이지 결코 「이혼허용」 이 아니라는것.
한국 카톨릭은 전래의이혼금지 전통을 잘 지켜왔지만 비교적 진보적인입장이었다.
카톨릭의 혼인무효제도는 신부들로 구성되는 교회재판소의 혼인무효선고를 통해 사회법 차원의사설상 이혼을 허용해왔다. 한국 가톨릭이 인정하는 혼인무효 원인은 ①혼인동의결여②미성년자의혼인③성불구④7촌이내의근친혼 등이다.
특회 남북가족이산에 따른 이혼과 재혼의 불가피성으로 한국가톨릭은 혼인무효확대해석의 특례를적용받게 된것올 계기로하여 많은 신자들이 두꺼운 이혼금지의 벽을 뛰어넘을수 있었다.
최근에도 서울대교구에서만 연1백여건의 혼인무효선고가 내려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혼인무효선고는 2심제도의 성격을 띠고있다.
1차로는 전국14개 교구청에 설치돼있는 교구재관소가 관결을 내린다.
그러나 교구재관소 관결이 불가능할 때는 서을·대구· 광주등에 설치된 3개 관구재관소가 최종관결을 내린다.
이밖에도 한국카톨릭은1960년대말부터 혼인은 반드시 신도끼리만 허용되는 구속적인 관례도크게완화, 「관면혼배제도」를 두어 배우자중의 한사람이 신도가 아니더라도 신자가 되겠다는 서약만하면 부주례의 성당혼례를 올릴수있게 했다.
한국카톨릭의 진보적인이혼허용은 19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도인정됐을뿐아니라 이같은혼인무효원인의 확대로 마침내 이혼을 간접 허용하는 「미봉책」 이 마련됐다.
바티칸공의회가 인정한성부구의경우 육체적 결함만이 아니라 심리적·정신적 결함까지도 포함시킴으로써 크게 확대되기까지 했다. 다만 결혼후에 생긴 후천적 정신결함은 혼인무효의 원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 그여자와간음하는 것이며 모 아내가 자기남편을 버리고다른 남자와 결혼하면 그여자도 간옴하는 것이다』(마태복음 19장) 는 성서적 근거에의해 이혼을절대 금지해온 카톨릭이구회법의 규정에 신축성을 부여, 「현설인정」의 이혼허용을 제도화한것은종교육법의 시대적 적응이라고 볼수있을 것같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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