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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젊은이가 『두만상 ....』불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의 일간지 여기자13명이 동남아 5개국 순방시찰을 위해 한국을 떠난 것은 지난달11일 (일요일). 여기자들이 이렇게 팀이 되여 한꺼번에 해외연수를 떠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같다. 2주동안 태국·인도네시아·싱가포르·필리핀·일본등 5개국을 도는 빡빡한 일점의 단체여행중 눈에 둘어온 동남아의 이모 저모를 묶여본 주마간산기.
북, 절반이 여대생
○…겉으로 나타난 동남아여성들의 사회활동은 상당히 활발해 보였다. 전국 5만명의 회원을 같고 있다는 태국부인회의 국제협력부장인 「프라톰픈·바처스티라」여사는『태국에서 해방되여야할 사람은 여성이 아니라 오히려 남성』이라고 기염을 토한다.
국립 출라통큰대학의 국제정치학 교수이기도한「바처스티라」여사는 전통적으로 태국여성은 가계및 자녀교육에 결정권을 행사해왔으며 오늘날에도 사업계·의료계에서는 오히려 여성의 활동이 남성을 능가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최근에는 인기 여류작가인「토마얀티」가 요란한 찬반 데모속에 태국 교통공사사장으로 취임했다고. 상원의원2백25명중 여성은 20명, 하원의원 3백1명중 50명으로 정계에 진출한 여성도 많다는 것이다.
필리핀 또한 법관·사업가·의사로 일하는 여성들의 숫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전국 대학생중 절반이상이 여학생이라는 사실도 점증하는 필리핀의 여성세력을 반증한다. 싱가포르도 여성취업률이 60%. 예상밖으로 일본의 경우 취업여성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전문직에서 일하거나 관리직에 오르는 여성들의 숫자는 한정되여 있다는 것이 요미우리(독보)신문 여성기자들의 얘기였다.
태국·필리핀·일본등의 여성활동이 크게 활발하고 점책결정권을 가진 위치에 오른 여성들의 숫자도 한국에비해 많다. 그러나 월수 미화4백달러 남짓의 관광가이드가 4명의 아내를 거느리고 살고, 동남아 뒷골목 환락가의 그 숱한 여성이나 플로팀·마키트등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행상여인들의 지친모습은 겉으로 나타난 사실뒷면의 또다른 진실을 엿보게한다.
한국인 영향력 실감
○… 『자, 웃어요. 다시 한번!』태국 방콕의 홧아룬사원앞. 기념촬영을 하던 우리팀은 예기치못했던 태국 사진사의 한국말에 모두 깜짝놀랐다. 그리고 곧 그의 외국인 특유의 묘한 억양에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실비아·크리스탈」을 일약 세계적인 여배우로 만든 그 유명한 영화 『에마뉘엘 부인』의 로케현장이었던 로즈가든의 토산품가게의 중년여점원도 한국인임을 알고는 『싸요』하며 서투른 한국말로 응대해온다.
필리핀에서 박산잔폭포를 향해 작은 보트를 타고 올라가던중 위에서 내려오는 보트가 스쳐가는데 문득 그 안에 탄 젊은 남자가 『두만강 푸른물에…』 를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몇번이고 느낀 것은 『이재는 한국이 많이 알려졌구나』 하는 일종의 감개 비숫한 감정이었다.
그만큼 한국, 한국인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고 있구나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어린이들에 민족혼
○…『잘 있거라 내 사랑하는 조국이여, 태양이 감싸주는 영토여, 동방의 진주여, 우리의 잃어버린 에덴이여. 내 슬프고 억압된 목숨을 너위해 바치리니…. 』 이는 필리핀인의 민족영웅「호세·리살」 (l861∼1896) 이 스페인의 압제아래 투옥되여 죽음을 당하기 직전 필리핀 국민을 향해서 쓴 유명한시 『마지막 작별』의 첫귀절.
마닐라 도심 한가운데는 그를 기념하는 리살공원이 있고 스페인이 필리핀 독립투사들을 가두고자 16세기에세운 마닐라 영한옆 필산자고의 지하감옥자리옆에는 그의 기념관이 있다.
바닷물이 밀려오면 지하에 물이 들여와 죄수들이 바닷물에 쓸려 나갔다는 감옥이다. 안과의사였던 「리살」과 그의 가족이 사용하던 가구·의류·초상화들이 전시되여있다. 총살당하기 전날 결혼식을 올렸다는 영국인 부인의 초상화도 걸려있다. 기념관아래층에는 한국어등 세계87개의 언어로 번역된「리살」의 『마지막 작별』 이 전시되여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이면 누구든 그의 불타던 애국정신을 피부로 느낄수 있게 한다.
우리는 이에못지않은 우국투사를 많이 가졌으면서도 재대로 감동을 주는 기념관 하나 이제껏 없다는데 새삼 아쉬움을 느끼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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