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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접대비 줄었다… 실명제 영향 6.5%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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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기업의 지난해 접대비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월 시행된 '접대비 실명제(한도 규제)'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접대비 실명제는 접대비가 건당 50만원을 넘으면 접대한 상대방의 이름과 회사명을 증빙서류로 첨부토록 하는 것이다. 50만원이 넘는 부분은 비용으로도 인정되지 않아 기업의 영업활동과 내수경기 위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22일 한국은행이 지난해 연간 매출액 25억원 이상 기업 5437개의 경영상황을 분석한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제조업체 3446개의 지난해 접대비는 1조1280억원으로 전년보다 783억원(6.5%) 감소했다.

지난해 제조업의 접대비 감소는 외환위기 여파로 접대비가 줄어든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의 접대비는 97년 9500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으나 외환위기 여파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전념하면서 98년에는 전년보다 1912억원이나 줄어든 7588억원으로 급감했었다.

그러나 접대비는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99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뒤 5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기업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해 제조업의 매출액이 전년보다 17%(110조원) 늘어났지만 접대비가 전년 대비 6.5%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매출액에서 접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0.18%에서 지난해에는 0.15%로 떨어졌다.

접대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감소했다. 종업원 300명 이상을 기준으로 한 대기업의 접대비는 2851억원으로 전년보다 156억원이 줄어들었고, 중소기업은 8428억원으로 627억원이 감소했다.

이처럼 접대비 지출이 크게 떨어진 데는 건전한 접대문화의 정착을 위해 시행된 접대비 실명제의 영향이 크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접대비 한도 제한으로 거래 과정이 얼마나 투명해졌는지 가늠하기는 어려우나 접대비 지출에는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개선 요구하는 재계=재계는 이처럼 접대비 지출이 줄어든 것은 접대비 실명제 때문이라며 회사 홍보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문화관광부는 17일 '기업의 문화예술 소비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 심포지엄'을 열고 스포츠.공연 등 문화 쪽에 지출하는 접대비 지출만이라도 실명제 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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