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줄기세포 논쟁] 하원선 '규제 완화법' 24일 심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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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팀의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연구 결과 발표 이후 이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세계적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반대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그러나 미 과학계는 정부가 줄기세포 연구를 계속 규제할 경우 한국 등에 비해 기술적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마 교황청은 "인간복제는 범죄"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 부시 '줄기세포 연구 금지'고수=부시 대통령은 "나는 복제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 복제를 용인하는 세상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20일(현지시간) 전국 가톨릭 조찬기도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 성과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어 "미 의회가 줄기세포 연구 금지 완화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줄기세포 연구는 인간 배아의 파괴를 수반하게 된다. 부시는 이를 보수 기독교적 관점에서 생명의 파괴로 인식하고 2001년부터 관련 연구에 연방정부 자금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22일자 사설에서 "미 과학자들이 정치적.종교적 반대에 막혀 연구를 소홀히 하는 동안 한국 과학자들이 첫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생산했다"며 "치료 목적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미국 내 논란 가열=미 하원은 24일 줄기세포 연구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의 심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화.민주 양당 의원 약 200명이 공동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도 치료 목적의 줄기세포 연구는 대세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다 타계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인 낸시 여사를 포함한 공화당 인사들도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고 있다. 백악관 생명공학 윤리위원회 멤버인 재닛 롤리 시카고대 교수도 "이미 여러 나라 정부들이 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믿고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한국은 줄기세포 연구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정반대라고 비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미시간대학의 조세 시벨리 교수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꼽혔으나 지금은 황 교수가 최고라는 데 이론이 없다고 AP는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황 교수팀의 연구는 그동안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고 보도했다. 의료시민단체인 의학연구 진보연맹(CAMR)은 "줄기세포 연구가 각종 난치병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유럽에서도 논쟁=AFP통신은 유럽에서도 황 교수의 연구 결과를 놓고 "의학의 혁명이냐, 프랑켄슈타인 과학이냐"는 논쟁이 불붙고 있다고 전했다. 로마 교황청은 21일 황 교수의 연구 성과에 대해 "인간의 생명윤리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범죄(crime)"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력히 비난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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