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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너트 등 산업용 부품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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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가 보통 볼트.너트라 부르는 산업용 부품품목이 있다. 전문용어로는 '기계 요소'라고 하며, 부품산업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중요한 품목이다. 모든 기계.장비는 결국 기계요소로 조립.체결된다. 따라서 기계요소는 기계.장비의 기초체력을 형성하게 되는 중요한 부품 품목이며, 국가산업의 전략적 차원에서 살펴봐야 하는 품목이다.

모든 다른 산업용 부품품목과 마찬가지로 기계요소류 산업도 아래의 중요한 두 가지 이유로 시름 속에서 신음하며 무너져 내리고 있다.

첫째, 국내에는 산업용 부품품목의 마케팅을 맡아줄 유통조직.구조가 없다. 서울 청계천.구로동에 산재한 영세 공구상들이 대한민국 산업용 부품품목 유통의 현주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산업구조 속에서 그들은 이제 더 이상 (효과적) 유통 기능을 맡아주지 못한다.

제조사들은 결국 스스로 소비 판로를 찾아 헤매야 하며, 전문분야도 아닌 유통을 떠맡아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들에게 생산성 향상이나 신제품 개발은 먼 나라 이야기다.

둘째, 무조건 가격만 따지는 소비기업들의 구매 인식.관행은 그들을 더욱 더 힘들게 하고 있다. 무조건 싸야 한다. 또한 소비기업들이 어려워지면 가격인하라는 방망이를 가장 먼저 두드려 맞아야 한다. 고유가와 인력난 등으로 제조사는 이미 제조원가에 관한 한 한계상황에 와 있다. 더 이상 내려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더 이상 싸야 한다면, 중국산을 찾아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 중국산에 자사 라벨을 붙이든지, 아예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수밖에 없다.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환부가 있으면 치료 방법도 있어야 한다. 산업용 부품류는 종류가 다양하고 수량이 많은 것이 일반적이며,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따라서 구입 가격보다 처리비용 부분이 더 크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해결책은 유통의 전문화.대형화다. 할인점 등에 가면 의류.신발에서 음료.식품까지 모든 생필품을 한꺼번에 다 살 수 있고 전자상거래.물류 서비스까지 다 해준다. 대형 유통이 산업용 부품품목의 유통 부분을 맡아줘야 한다.

제조사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소비를 모아주고, 마케팅도 맡아야 한다. 소비기업들의 (pain-in-neck인) 물류.구매.기술 관리를 대신 맡아주는 등 고급 유통 인프라 제공으로 그들의 시각이 근시안적 제품 가격 위주에서 변해야 한다. 그래서 제조사들이 가격의 벽, 자체 유통의 짐에서 헤어나 제조.생산 개발에만 전념할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기계요소류는 아직도 쓸 만하다.

김덕한 한국보싸드㈜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