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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현대 앨라배마 새 공장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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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생산라인에서 현지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AP=연합]

▶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왼쪽)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 홍석현 주미대사가 21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서 열린 현대차 미국공장 준공식에 참석,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로봇들의 군무(群舞)와 불꽃 그리고 용접음….

지난 21일(한국시간) 방문한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차체공장에서는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자동차 생산의 첫 공정인 프레스 파트에는 5400t급 초대형 프레스 두 대가 쉬지 않고 강철 패널을 찍어낸다. 용접라인에 들어서자 팔 모양을 한 255대의 로봇이 일제히 불꽃을 튀기며 '용접의 춤'을 춘다. 근로자라고는 로봇 공정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모니터를 지켜 보는 직원 등 60명 뿐이다.

미국 앨라배마의 주도(州都)인 몽고메리시 외곽에 자리한 이 공장은 EF쏘나타의 후속 모델인 뉴 쏘나타를 만드는 최첨단 자동화 공장이다. 숲과 평원으로 둘러싸인 210만평 부지에 연면적 5만6000여평 규모로 지어졌다.

윤호원 생산기술 담당 이사는 "모국의 최첨단 공장인 현대차 서산공장을 모태로 하고 있지만 자동화율은 더 높다"며"미국 내에서도 최첨단 공장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철 패널을 옮기고 프레스에서 찍혀 나온 문짝 등 차체를 다음 공정으로 옮기는 일은 '복합자동 적재시스템(Electro Mono Rails)'이라 불리는 또 다른 형태의 로봇이 한다. 여러 모양의 팔레트(이동 받침)가 필요없어 작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시스템이라는 것이 현대 측의 설명이다.

차체에 색을 입히는 도장공장에서는 근로자를 찾아보기가 더욱 힘들다. 차체공장의 로봇팔보다 두배 이상 큰 로봇팔 48대가 벌거벗은 강철 차체에 도료를 뿌려댄다. 의장공장(조립부문)에 들어서고 나서야 미국인 근로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전원이 몽고메리 시민이다. 한 백인 근로자가 또렷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며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넨다. 이곳에서도 계기판 모듈이나 유리.타이어.시트.배터리 등의 조립은 로봇의 몫이다. 근로자들이 직접 조립하는 다소 덩치 큰 부품도 모두 로봇의 도움을 받는다. 앨라배마 공장의 최대 생산능력은 시간당 73대(73 UPH)로 연간 30만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현재는 초기라 시간당 40대 정도만 생산하고 있다.

이곳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은 오전 6시30분~오후 3시15분. 잔업이 있어도 오후 5시15분이면 끝난다. 단 점심시간은 45분이다. 아직 1교대 시스템이지만 8월부터는 2교대로 돌아간다. 윤 이사는 "여기 근로자들은 가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가족과 여유있는 저녁시간을 보내기 위해 새벽부터 출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밖에는 분수가 뿜어나오는 대형 연못과 잔디밭 등으로 공원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예전에 직물공장에서 일했다는 근로자 지니 커(42.여.엔진공장)는 "임금이나 복지.작업환경 모두가 만족스럽다"며 "노조를 만들 필요성조차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당 임금은 14.22달러에서 시작해 2년 뒤에는 21.34달러까지 올라간다. 같은 앨라배마주에 있는 벤츠와 혼다의 공장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지만 앨라배마 평균 시간당 임금(12.90달러)보다는 높다.

미국 근로자들은 손이 크고 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입사 전.후 교육을 엄격히 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입사 전 주정부의 프로그램에 따라 4주간 교육을 받은 뒤에야 현대의 직원으로 선발된다. 입사 후에도 2주간 팀워크 등의 교육을 받고 부서에 배치돼 다시 2~4주간의 직무교육을 받는다. 이후에도 수시로 품질 유지를 위한 교육이 계속된다. 앨라배마 공장의 한 관계자는 "인근 벤츠와 혼다 공장도 직원들의 수준을 높이는 데 상당한 기간이 걸렸다"며 "얼마나 짧은 시간 내에 근로자들의 숙련도를 높이느냐가 앨라배마 공장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준공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를 이동시키고 있다고 21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였던 북부의 디트로이트가 아니라 남부의 앨라배마주에 최근 들어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업체들이 공장을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앨라배마주에선 최근 수년간 섬유공장 5개가 폐쇄됐지만 현대차 공장과 부품 업체들 덕분에 사라진 일자리보다 많은 숫자의 일자리가 생겼다. WP는 앨라배마주가 이를 "우리를 구원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몽고메리(미국 앨라배마)=최준호 기자

코스마이 미주법인 사장 "우리의 경쟁자는 일본차"

"미주시장에서 우리의 경쟁자는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빅3'다."

밥 코스마이(58.사진) 현대차 미주법인(HMA) 사장은 21일(한국시간) 앨라배마 공장 준공식에 앞서 이같이 말했다. 코스마이 사장은 "JD파워 등 자동차 전문평가기관들이 최근 현대차의 품질을 높게 평가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쏘나타 등에 대한 미국인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지난해 GM.포드 등 미국차 판매가 곤두박질쳤지만 현대차는 전년 대비 13.9%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미국의 자동차 전문기자들을 앨라배마 공장으로 초청해 시험주행 행사를 했는데 이들은 '뉴 쏘나타의 품질이 기존 제품보다 두 단계는 높아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며 "뉴 쏘나타는 북미 공장에서 혼다 어코드,도요타 캠리 등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이 들어선 미 남부 앨라배마 지역에서 숙련된 노동자를 찾기가 어렵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앨라배마 지역에는 이미 벤츠.혼다 등이 연간 8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등 새로운 자동차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어 자격을 갖춘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코스마이 사장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쏘나타는 배기량 3300cc로 엔진 배기량은 한국산과 다르지만 다른 모든 품질이 동일하다"며"9월부터 2400cc급 쏘나타도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9월부터 쏘나타보다 한 등급 위인 뉴 그랜저(프로젝트명 TG.현지명:아제라)도 시판한다"며 "내년에는 연말까지 5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마이 사장은 포드와 닛산.마쓰다.아큐라 등 자동차업계에서만 30년을 근무했으며,1998년 현대차 미주법인에 입사해 지금까지 판매부문에서 일해 온 판매전문가다.

***뉴욕 한복판에도 현대차 바람 불어

맨해튼 전시장 판매량 2년만에 2배 이상 늘어

미국 뉴욕 맨해튼 중부 웨스트사이드의 47번가와 48번가 사이에 있는 거리는 승용차 경연장이다. 일본 혼다와 도요타, 스웨덴의 볼보 등 세계 유명 브랜드 15개의 차량 딜러숍(일종의 대리점)이 모여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좌표를 한 눈에 가늠할수 있는 곳이다. 현대자동차의 딜러숍(사진)은 전시장 거리 남쪽 끝에 자리 잡고 있다. 도요타의 전시장과 마주 보고 있다. 22일(한국시간) 취재진이 방문한 이곳 전시장의 맨 앞에는 지난 21일 준공한 앨라배마 공장에서 갓 출고된 뉴 쏘나타 2대가 놓여있다.

이 전시장의 제너럴 매니저 빈센트 테페디노(44)는 "현대차는 한달에 100대 안팎이 팔린다"며 "2년전 이곳에 문을 열 당시 한 달 판매량은 35~40대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 현대차의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차가 잘 팔리고 있다" 덧붙였다. 지난 20년간 도요타를 팔았던 테페티노는 현대차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2003년 말을 갈아탄 자동차 딜러다.

이날 첫 판매에 들어간 앨라배마 공장 산(産) 뉴 쏘나타 6기통 3300cc의 가격은 2만2895달러. 최대출력 235마력의 힘에 전자자세제어장치(VDC) 등 첨단 안전장치가 기본으로 들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 차종인 혼다 어코드, 도요타 캠리의 동일 사양보다 10% 가량 싸다. 9월께부터 생산되는 2400cc모델은 최저 1만7895달러다. 테페티노씨는 "연 수입 3만5000~6만달러 수준의 35~50세 미국인이 현대차의 주 고객"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미국시장 고객의 90%가 미국 주류사회 사람(흑인 포함)들이며 히스패닉이 8%, 한국계는 2%에 불과하다. 두 달전 투스카니(현지명 티뷰론)를 샀다는 고객 베로니카 디아즈(22.휴대전화 판매상)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친구들이 내차(현대차)를 안타려고 했는데 이제는 달라졌다"며 "안전도면에서 도요타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갈길은 멀다.미국에서 시장 점유율은 2.5%로 100대 중 2~3대에 불과하다. 뉴욕 등 소득이 높은 도시에서는 현대차가 아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뉴욕 중심 타임스퀘어에서 기자가 30분 동안 서 있는 동안 현대차 2대가 스쳐 지나갔다. 동행한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은 미국시장에 돛을 올린 수준"이라며 "올해 미국 시장 점유율 목표는 3%"라고 말했다. 지난해 도요타의 시장 점유율은 10.5%다. 혼다는 7.1%, 닛산은 5.1%이다.

뉴욕=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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