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책동네] '어느 할머니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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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수지 모건스턴 지음
세르주 블로흐 그림, 최윤정 옮김, 비룡소, 60쪽, 6500원

할머니에 대한 보고서다. 초등학교 중.고학년을 위한. 할머니의 이름은 나와 있지 않다. 할머니는 예전 젊었을 때는 책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눈이 금세 피곤해진다. 전에는 바느질도 많이 하고 수도 놓았지만 지금은 손이 말을 듣지 않는다. 햇살과 바다와 등산을 좋아했지만 의사가 조심하라고 한 후 그런데 안 간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그러면 적어도 신발은 덜 닳겠군'.

할머니와 떨어져 지내다 가끔씩 찾아뵙는 아이들 눈에 할머니는 주름 투성이 알 수 없는 존재일 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은 설명한다. "할머니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가득해… 눈가의 주름들은 어떤 건 재미있는 얘기들 때문에 생겼고, 어떤 건 힘들었던 날들의 눈물과 근심 때문에 생겼지. 어떤 주름들은 또 부드러운 사랑의 흔적이란다"라고.

"할머니는 감자 두 알을 삶으면서 생각에 잠긴단다. 삶이라는 걸 만들어 낸 모든 사고들과 우연들에 대해서"같은 대목에서는 어른 독자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인생론적 냄새도 난다. 책의 미덕은 가끔씩 툭툭 던지는 질문들을 통해 아이들이 결국 할머니의 처지를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할머니도 어린 시절 잘못해서 벌을 받았다고 소개한 후 "너는? 넌 말 안 들으면 어떤 벌을 받니?"라고 물어보고, 할머니는 갖고 싶은 게 없는데 "너는 너무 많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할머니는 책의 마지막 부분, 내 몫의 젊음을 살았으니 다시 젊어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아동 독자에게 던지는 책의 마지막 질문은 "넌, 어떻게 생각하니?"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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