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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학은 마우스 클릭 소리 논쟁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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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클릭하는 소리나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 때문에 집중할 수 없다."

"노트북 소리가 거슬린다면, 책장 넘기는 소리나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는 괜찮은가."

컴퓨터 키보드 소리가 소음일까, 아닐까-. 도서관에서 노트북 컴퓨터 사용 여부가 대학가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트북을 사용하는 학생들은 "책으로만 해야 공부고, 노트북으로 하는 것은 공부가 아니냐"는 입장인 반면, 도서관내 노트북 사용을 반대하는 이들은 "노트북 소음이 정숙해야할 도서관내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학생들의 불만이 이어지면서 고려대학교는 지난 18일 도서관장 명의의 공지를 통해 '노트북 사용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열람환경이 저해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중앙도서관 내 열람실에서는 노트북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고대측은 대신 학생들에게 도서관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는 이 대학 100주년기념관의 노트북열람석(308석)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고려대학교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아이디 '고대생'은 "도서관에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거의 PC방 수준이어서 참지 못하고 뛰어 나온 적이 있다"며 "노트북 사용자들은 노트북 소음이 무슨 대수냐고 하겠지만, 주변에서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엄청 거슬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고대 뿐 아니라, 서울 시내 주요 대학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에는 노트북 소음에 짜증내는 학생들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30)씨는 "노트북 등을 이용한 멀티미디어 교육도 중요하지만, 열람실 안에서의 학습 분위기도 중요하다"며 "한 열람실 당 많아야 10여명도 채 안되는 학생들의 마우스.타자 소리가 열람실 전체의 학습 분위기를 흐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4학년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매너없는 노트북 사용자들을 보면, 주인이 자리를 비운사이 노트북을 부셔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며 "노트북으로 오락이나 채팅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열람실 내에서 노트북 사용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02학번이라는 학생은 "노트북 소음이 시끄럽다면, 책장을 팍팍 넘기는 분 옆에서 공부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노트북이 시끄럽다면서 왜 계산기나 찍찍이(어학용 반복청취 카세트)를 이용해 공부하는 사람은 왜 그냥 내버려두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아이디 '테쿰세'는 고대 자유게시판에 남긴 글에서 "교내에서 장시간 문서작업을 할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은게 현실인데, 도서관이 아니면 2㎏이 넘는 노트북을 가지고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2년째 노트북을 가지고 다닌다는 한국외대 일본어과 김모(25)씨는 "노트북 사용자들이 그 무거운 노트북을 학교까지 매일 가져가는 것은 나름 중요한 공부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책으로만 해야 공부고, 노트북으로 보는 동영상 강의 등은 공부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일부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노트북을 사용할 만한 공간은 마련하지 않고, 무조건 도서관에서 나가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고대생이라 밝힌 한 학생은 "일반 열람실에서 노트북을 사용하기 미안해 노트북 열람실에 가봐도, 일반 학생들이 자리를 선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일반 열람실로 되돌아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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