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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단계의 국내실태(1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국내 학계와 산업계에도 서서히 유전공학 열풍이 불고있다.
유전공학에 관한 세미나나 강의는 전례 없이 항상 만원을 이루며 금년 들어 기업체의 유전공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 일부 기업에서는 해외에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준비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 유전공학수준은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의 유전공학의 성과에 놀라움만 표시하고있는 상태로 어느 기관도 유전공학을 연구할 수 있는 충분한 기자재조차 구비하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국내 유전공학의 최대 난점은 연구인력부족이다. 현재 유전자조작기술을 익힌 과학자는 5∼6명에 불과하다.
기업체들도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해 과감한 투자는 않고 있다.
내년부터는 이런 사정이 상당히 호전돼 연구와 투자가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정부의 연구비지원이 예상되는 데다 기업체연구투자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고있는 국책연구과제에 유전공학은 2순 위에 올라있다.
기업체도로 80, 81년의 태동단계를 거쳤으므로 어느 정도의 방향은 설정된 상황이다.
현재 수준에서 우선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적은 인력과 돈으로 가능한 미생물의 유전인자를 조작하는 실험이다. 보통 단순한 미생물의 유전인자 조작이라면 2∼3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필요하며, 미생물이 동물세포의 유전인자를 받아 인슐린·인터패론 등을 생산케 하려면 7∼8명이, 농산물의 유전인자를 조작하려면 적어도 50여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미생물의 유전자조작은 1백50개정도의 바이러스 유전자를 박테리아에 넣어 본다든가 항생제의 생산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균주를 하는 등의 실험을 말한다.
아무래도 미생물은 적은 수의 유전자를 갖고 있어 그만큼 조작도 쉽다.
이런 미생물의 유전자조각은 80년대에 들어 학계에서 꽤 활발히 연구돼 1∼2년 후에는 조그마한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국내의 연구상황을 보면 서울대강현삼코수 (미생물학과·미생물유전학) 가 이스트 (효모) 의 유전자(RNA) 를 대장균 (E콜라이) 에 집어넣어 효모의 생산효율을 높이는 실험에 성공한바 있다.
강교수는 특히 유전자를 전달해주는 운반체인 플라스미드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또 서울대노현모교수(동을 학과·분자유전학) 는 항생제의 생산효율을 높이는 우량 균주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과학원의 이성규박사는 유전자조작에 쓰이는 효소들을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이용해 만들어 내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고려대의 이세영교수는 사료나 곡을 에 부족하기 쉬운 아미노산인 트립토팜을 E콜라이에 의해 지금보다 10배 이상의 생산효율을 갖도록 유전자 조작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학계의 유전공학연구는 산업적이라기보다는 기초연구로, 경제성을 갖는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산업계의 투자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학계와 산업계가 긴밀한 협조관계를 갖고 연구개발에 나서지 않는 한 제자리 걸음을 할수 밖에 없다.
미국·일본의 경우도 대부분의 유전공학적 산물은 기업체가 주도해 이루어지곤 있는데 미국은 58개회사에서 연7억달러를 유전공학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기업체로 유전공학에 관심이 높은 회사는 ▲제일제당 ▲한국야쿠르트 ▲녹십자 ▲미원주식회사 등으로 남보다 한 발짝 앞서 본격적인 투자기회를 노리고 있다.
유전공학의 상업적 연구에는 한 주제당 3∼5년 동안 10억원 규모의 연구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에 따른 파급효과는 상당히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편 지난해 국내학자들이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4∼5년의 계획으로 ▲생물의약품생산(인터페론·인슐린·간염바이러스항원등) ▲고효율공업미생물균주(항생물질생산균주·오물처리균주) ▲농작물생산성증진연구 (질소고정유전자연구·내한성 품종개발)등의 연구개발을 유도해 앞으로 다가올「생물학시대」에 대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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