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조기교육 바람직한 방향|교수수준 교사확보가 급선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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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찬반 논의를 10년째 거듭해온 국민학교 영어교육이 부분적이긴 하지만 내년부터 시작된다. 영어교육은 빠를수록 좋다는 찬성론에 따른것 같다. 그렇지만 훈련된 교사가 없고 과밀교실·과대학교 여건에서 이루어질 국민학교 영어교육은 얻는 것보다 잃는것이많다는 반대론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활시간을 이용, 희망하는 아동에게 주1시간정도 가르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지만, 영어회화붐을 조성, 모든 학생이 몰려들 때 어떻게 이를 교육적으로 지도할 수 있을까. 자칫 영어의 실체는 빠뜨리고, 정규교육 과정만 희생한채 외국숭배의 허영심만 심어주게 되지 않을까. 또 바람직한 영어조기교육은 어떤것일까. 전문가와 일선교사의 좌담을 통해 의견을 들어본다.
▲김=외국어교육은 빠르면 빠를수록 그만큼 효과가 크다는것은 널리알려진 사실입니다. 외국이민의 경우를 보면 어릴때 간사람과 성인이된뒤에 간사람의 언어구사능력 앤 큰 차이가 있읍니다.
그러나 모국어와 함께 국가의식·주체의식을 길러야하는 감수성이 예민한 국민학생에게 2개국어를 가르친다는 심리적 갈등과 함께 성격형성에 부정적부담까지 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국민학교때부터 영어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2중언어를 전제한 것으로 볼수있습니다. 이같은 중요한 결정은 충분한 실험과 연구가 따랐어야할것입니다.
▲심=문교부가 결정했다니 따라야 겠읍니다만 모든 어린이가 기회를 갖고싶어 하고 몰려들 때이를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걱정입니다.
학교여건에 따라 특별할동과목의 하나로 추가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일선학교 특히 서울시내의 경우는 해야하는 것으로 받아들일수밖에 없습니다. 학부모들이 우선 가만히 있지않을것입니다. 3,4천명이 한꺼번에 영어반으로 몰려올사태를생각해보십시오.
▲이=지원자를 선별할수도 없고 딱한 사태가 벌어지겠죠. 수용태세가 갖춰지지도 않은 상태에서붐만이조성되면 오히려 영어교육을 망치게될 우려가 많습니다.
▲김=사실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조기교육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실증적 연구도 없는 상태입니다. 막연히 13세는 외국어교육에 있어서는 환갑이다, 빠르면 빠를수록좋다는 일방적 주장이있을 뿐입니다.
▲이=주1시간으로 어떤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중학교입학후 영어교육이 잘 안되는 원인을 나이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어딘가잘못된 분석같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필요로하지 않는다는 점도있지만 70여명의 과밀학급에서 개선없는 교수방법이더욱 문제일것입니다.
▲김=국민학교영어교육은 여건조성을 위한 오랜 준비과정을 거쳐 실시돼야합니다. 국민학교에서 입문영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오히려 중·고교사보다 경험이 많고 유능한 교사가 있어야합니다. 적어도 발음은 정확해야할 것입니다.
심교장선생님 말씀대로 모든 학생이 몰려드는 인기과목이 될것은 뻔하고그렇게 될경우 다른교육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시간배당은 어떻게 하든학생들의 관심과 열의는모두 영어회화에 쏠리고 다른 교육과정이수는 자연 소홀히 하게될 것입니다.
▲심=하지않을수도 없고, 시작하면 과열이 따를 것이란 점이 일선학교의 고민입니다. 교사도 자료도 없고, 학생인구는 과다하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학부모들은 계속요구해오고, 그렇다고 모든교육과정이나 교육을 팽개치고 영어에만 매달릴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더우기 어떤 수준까지가야할지도 정해져있지않아 학교마다 학급마다 경쟁해 나가게되면 어떤 상태에 도달할지우려됩니다.
▲김=한 나라의 어문정책은 그것이 국민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합니다. 만약 국민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것이 곧 2중언어국가를 지향하는 것이라면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모든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사전연구가 꼭필요합니다.
▲심=국민학교는 의무교육입니다. 모든 국민에게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런 기준이 없이 시작되는 영어교육은 자칫 지역간 학교간의 심한 불균형을 이뤄 전학을 자주하게되는 어린이들에게 영어공포증 같은새로운 병리현상을 일으키게되지않을까우려됩니다.
시골학교에서 서울로전학온 어린이나 서울에서도 전교생에게 영어교육을 시키는 학교와 1개특별활동반만 운영하는 학교학생간에는 전학때 심한 실력격차로 어린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심리적부담을 갖게 될것입니다.
▲이=하려면 차라리일률적으로 해야합니다. 그러자면 적어도 2만명이상의 영어교사를 국민학교에 배치하고 교재도개발해야 되겠죠. 상당한 기간을 두고 실험도 해야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교장의 열성이나 학교여건에 따라제대로 하는 학교도 있고, 전혀 못하는 학교도 있을 때는 물론 의무교육본질을 포기한다는 중요한 문제도 있지만, 중학교에 들어가서 완전히 그 성과는 무로 둘아가게됩니다. 중학교는 무시험진학으로 평준화돼있어능력을 길렀더라도 이를전혀 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과외를 받을 수 있는 길도 없지 않읍니까.
▲심=당장 영어를 필요로하거나, 앞으로 영어를 잘하기위해서라기보다 문교부의 의도는 외국어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해주자는 것으로 가볍게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국제화돼가는 사회성원으로서국제공용어에 친숙해지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데뜻이 있겠죠.
▲심=이런여건에서 꼭해야 한다면 오는 겨울방학부터라도 교사를 학관등에 보내 교육시키고, 학급단위로 시간을 내도록 해 노래지도나 녹음테이프를 들려주는 식으로 해야할 것입니다. 정확한 발음지도를 못하는상황에서 녹음테이프는 꼭필요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간만한 문장을 익히도록 반복해서 청각훈련을 시켜야겠지요. <정리=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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