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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과 노벨상 가장 「우리다운것」을 내보이는 길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오늘날 노벨상은 일종의 스캔들이다. 「톨스토이」 「체호프」 「고리키」 「입센」 「스트린베리」「졸라」「푸루스트」「카프카」「릴케」「브레히트」「제임즈·조이스」「D·H·로런스」등의 공통점이 무엇이냐는짓궂은 물음에 사람들은 노벨상을 타지못했음이 그 정답이라고 의기양양하게 내세우기 일쑤다.
이 짓궂음속에 20세기 전체를 지속적으로 버텨온 이 장에 대한 선망과 질투가 알게 모르게 스며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설사 스웨덴아카데미의 5명의 심사위원이 희랍어를 자유롭게 구사할수 없어 자기의 판단력보다도 번역자의 의견에 좋을 수밖에 없다든가 「마르틴손」 (74년수상)처럼 심사위원 자신이 상을 타버리는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상의 권위랄까 매력은 지속적이자 또한 압도적이어서 그것의 수상은 수상자의 영광일 뿐 아니라, 그 나라의 문학에도 활력을 불어 넣어 세계적인 화제의 중심을 이룸에는 변함이 없다.
그 원인을 알아차리기는 어렵지않다. 문화란 어떤 경우에도 야심의 일종이다. 그것은 숨겨진 야심이기에 안으로 타오르는 각은 불꽃들이 감추어져 있다. 그러므로 우리도 이제 이 상을 탈수 있다든가, 우리작품의 수준도 세계적인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닐 터이다. 야심에는 그 야심에 알맞는 방식을 찾아야된다. 즉 우리문학의 수준이 세계적이 아니냐는 세계문학과 비교해본 뒤가 아니면 무의미한 소리다.
그런 노력도 작업도 지불치않고세계수준으로 들먹거리는 일은 삼가는 편이 좋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우리문학은 이런 것」 이라고 내세울 수는 있고 또 그래야 할것이라 생각된다. 고쳐 말해 한국적인 감수성, 한국적인 형식, 한국적인 삶의 태도를 세계속에 내세움으로써 그것이 과연 세계의 한쪽 구석을 떠 받칠수 있는 기둥이 될수있는 것인지, 아니면 한갓지방주의에 떨어지고 마는것인지를 조심스럽게 물어볼수 밖에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 시련을 굳이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것같다. 우리의 문학이 한갓 지방주의에 불과하다고 판정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잘못인지, 세계쪽의 인식부족인지는 좀더 시간속에 두고 볼수 있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68년 아시아에서는 두번째로 일본의 「가와바마」(천단강성)에게 이상이 주어졌을 때, 수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 번역자「사이덴스티커」는 한국을 여행중이었는데, 그는 이상이 「다니자끼」(곡기윤일낭)와 「미시마」(삼도유기부)에게 주어졌다면 그럴법하나 「가와바따」에게 주어진것은 실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바 있다.
「가와바따」의 작품만큼 수수께끼에 가득찬 작품은 드물며, 따라서 번역이 거의 절망적일정도였기 때문이다. 다른말로 하면 「가와바따」작품이야말로 가장 일본적인 특질을 담뿍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일본적인 특질이 세계의 한쪽 기둥에 값하는 것으로 인정된 것은그럴법한 일이다.
아시아에서 이 상이 주어진 것은 13년 「뱅골」(인도) 의 「타고르」가 처음이며, 그로부터 반세기 뒤에야 「가와바따」에게 주어졌다. 「타고르」의 경우 영어로도 시를 쓸뿐아니라「에이츠」의 말대로 산스크리트의 전통이 그대로 서양문화의 전통이어서, 서양이「타고르」를 통해 서양자신의 장점을 발견했을 따름이었다면, 「가와바따」의 경우는 이와 매우 다르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가 참된 의미에서 아시아의 과제에 관련을 지은 것이라 보아도 큰 망발은 아닐터이다. 요컨대 인도와 일본, 다음에 중국과 한국이 있다고 우리는 생각해보고 싶다. 「도널드킨」이 지나가는 말투로 38년「펄벅」이라는「명예중국인」이 『대지』및 『수호전』 영역의 공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다고 했거니와, 그러니까 인도·중국·일본 다음에 우리문학을 이상과 관련지어 생각해보는 것은 아주 맹랑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럴경우 우리에게 손쉽고 그리고 가능한 길은 가장 우리것다운형식과 감수성을 내보이는 일이다.
그것이 이른바 무슨신이든 흡수하고 수용함으로써 정신세계를 형성하는 한국적 샤머니즘인지 또는 다른 무엇인지의 여부는 우리의 판단력만으로 해결되는것이 아닌지도모른다.
「타고르」가 체1차 일본방문(l916년)때 행한 연설에서 일본적 아름다움이 『일본인 당신들보다외국인에 의해 일층 쉽게 발견된다』고 주장한 점은 지금도 음미해 볼 만한 구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강조되어야 할 점은 어떤 민족이 유산이 없거나 미미하다고 해서 세계에서 멸시받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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