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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전압선택기」로 특허 따낸|무기수 발명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살인죄로 복역중인 무기수가 가전제품의 사용전압을 완전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전압선택기」를 고안, 특허청으로부터 실용신안특허를 받았다.
10년 옥중 연구끝에 특허를 따낸 무기수는 마산교도소의 윤석우씨(45·전남광주시 문흥동88의1).
윤씨의「자동전압선택기」는 콘센트에 꽂아놓으면 제품에 따라 접속 순간 자동으로 1백10V 또는 2백20V를 선택해 주어 전기에 대한 상식이 없거나 전원(電源)사용법을 모르는 사람이나 어린이들이 갖다 꽂아도 제품의 정상동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씨가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등록 (실용신안 제19992호) 을 받은 것은 8윌20일. 71년 광주교도소기결수 감방에서 연구를 시작한지 꼭10년만의 결실이었다고.
윤씨의 학교교육은 고향 순천에서 국민학교를 졸업한 것이 전부. 개인경영의 전기시설업체에 취직, 배선공사현장에서 잡일을 거들며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 또한 그의 전기지식의 전부였다.
『광주교도소에 입감된 뒤 작업지정전에 받는 적성검사에서 전기부문에 자질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오늘의 이 결실은 교도소생활에서 실습과 공부를 통해 얻은 것이지요.』
지난10년간의 연구기간 중 옥중에서 읽은 전문서적과 실험횟수는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이라고 윤씨는 말했다.
그의 죄명은 살인 및 살인미수. 69년6월18일 술에 만취된 윤씨는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던 다른 사람과 시비 끝에 주방에 있던 식칼로 찔러 숨지게 했고 말리던 술집주인에게 중상을 입혔다. 왜 싸웠는지조차 모를 만큼 술에 취해 있었고 다음날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 그는 살인범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의 모범적인 수형생활, 성실한 자세, 좌절하지 않는 삶의 노력에 많은 교도관들이 자기 일처럼 나섰지요』
마산교도소 이길웅교무과장은 결국 우리나라 행형사상 첫 특허권자를 냈다며 교정행정의 큰 수확이라고 했다.
플러그·퓨즈·코일 등 구성부품비와 도장비를 합쳐 생산원가는 1천원 내외라는 것이 윤씨의 설명. 『과전류가 흘러 타버리거나 너무 적게 흘러 작동미비로 망가지는 가전제품을 생각하면 막대한 손실입니다. 죄지은 사람이 감옥에서 공부하고 특허까지 받은 것은 큰 은전이지요.』
윤씨는 가전제품의 수명으로 보아 1백10V용이 앞으로 10년은 계속 사용될 것이라며 자신의 고안이 하루빨리 대량 생산되어 실용화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부인과 2남2녀를 둔 채 기약 없는 영어(囹圄)의 생활을 하는 그는 오늘도 교도소안 방송시설을 수리하며 1급전공의 솜씨를 다듬고 있다. <고정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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