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방범태세 이대로 좋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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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골길을 가노라면 경찰관을 그린 입간판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대부분 급 커브길, 낙석 위험지역, 내리막 길, 추락·과속 상습지역 등 이른바 교통사고 다발지역에 세워져 있다.
경찰관이 한 손에 「위험」이라는 푯말을 들고있는 것도 있고 때로는 눈을 부릅뜨고 『위험』또는 『앗』소리를 지르는 원색적인 그림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입간판은 나름대로 사고예방 효과를 충분히 올리고 있으며 특히 초행길의 운전자에게는 경각심을 일깨워줄 것은 분명하다.
비록「간판 경찰」에 불과하지만 그 존재가치는 충분하다고 인정된다.
아파트 도난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한 아파트 주민들이 『방범비를 못내겠다』고 결의, 전대미문의 파란(?)을 일으켰다.
서울 도곡동 주공 고층아파트1단지 3백36가구가 파란의 진원지.
지난해 11월 입주 이후 7건의 도난사건이 발생한데다 또 다시 지난 추석날 두 집이 도난을 당하자 이같이 결의한 것이다.
이들 주민들은 무작정 방범비를 안내겠다는 것이 아니고 방범초소를 설치하고 방범활동을 강화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경찰당국이 얼마나 도범 방지에 소홀했으면 이같은 결의를 했을까 생각하니 십분 이해가 간다.
서울시경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도난사건은 모두 1만2천9백72건.
하루평균 71건 꼴이다.
더구나 검거율은 47·2%에 그치고 장물회수율은 18·5%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도난 피해 주민들에게 수사상황을 알려주는 「수사보고제」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경은 70년3월부터 도난신고를 받은 날로부터 3일 이내에 범인을 잡지 못했을 경우 관할 파출소장이 직접방문, 전담형사와 수사상황을 알리고 1주일이 되면 담당형사반장이 방문, 보고하고 1개월 이내에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수사과장이 사죄 및 수사내용을 담은 서신을 보내는 제도를 채택했으나 일선경찰서·파출소에서는 이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결국 경찰은 도범 예방, 검거와 피해자에 대한 수사 보고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행치 않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문제의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내는 월 방범비 총액은 10만8백원.
방범대원 1명의 월급정도라고 웃어넘길 경찰관이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경찰이라면 뼈아픈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간판경찰」에 뒤지지 않을 실제 경찰의 방범활동이 기대된다. <정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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