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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 『왕오천축국전』 길 2만2958㎞ 누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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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윤승철 청년탐험대장이 해양 실크로드 전 구간을 답사한다. 사진은 지난해 실크로드 구간 중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들렀을 때 현지 어린이들과 함께한 모습. 오른쪽이 윤 대장. [사진 정철훈 사진작가]

“배를 타고 1300년 전 혜초 스님이 간 길을 찾아 가슴 뛰는 탐험을 시작합니다.”

 16일 포항에서 출항하는 해양수산부·경북도·한국해양대의 ‘해양 실크로드’ 청년탐험대장을 맡은 윤승철(25·동국대 4)씨는 “동료들과 탈춤·태권도 연습 등 출발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해양 실크로드 탐험대는 15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한국해양대 실습선인 한바다호(6600t)를 타고 10월 30일까지 45일간 해로와 육로 등 장장 2만2958㎞를 간다. 뱃길은 중국 광저우~베트남 다낭~인도네시아 자카르타~말레이시아 말라카~미얀마 양곤~인도 콜카타~스리랑카 콜롬보~오만 무스카트~이란 반다르압바스 등 9개국 10개 항구다. 탐험대는 콜카타와 반다르압바스에서는 육로를 따라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길을 찾아나선다.

 탐험대원은 선발된 20명과 해양대생 130명이다. 선발 대원은 경북대 등 10개 대학 출신 청년탐험대원 12명과 역사·해양 전문가 등이다. 청년탐험대장 윤씨는 이번 학기에 아예 휴학까지 했다. 대원들은 7월부터 선원 교육과 비상시 퇴선 훈련 등을 강도 높게 받았다. 윤씨는 특히 지난해 경주에서 출발해 터키 이스탄불까지 가는 경북도의 육로 실크로드 청년탐사대장도 맡았었다.

 “실크로드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둔황 막고굴과 우즈베키스탄 아프랍시아 박물관에서 조우관(鳥羽冠·삼국시대 남자들이 썼던 새 깃을 꽂은 관모)을 쓴 우리 조상 모습을 확인할 때는 온몸이 찌릿했어요.”

 대원들은 순번을 정해 일과를 기록했다. 힘든 일도 있었다. 해발 3500m 키르기스스탄 국경을 지날 때는 이상이 생겨 앞차가 뒤차를 끌고 갔고, 사막을 지날 때는 차 바퀴가 한동안 헛돌았다. 음식이 맞지 않아 배탈이 나기도 했다.

 “육로 탐험 때는 실크로드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이번엔 실크로드 책을 탐독했습니다.”

 그는 “혜초 스님이 탐험가이자 기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페르시아의 쿠쉬나메 서사시에 기록된 이란 왕자의 신라 귀국 루트도 확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예창작학과를 다니는 윤씨는 사막마라톤 최연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도 했다. 마라톤을 다섯 번 완주하고 책도 썼다. 그는 장차 ‘탐험문학’이라는 장르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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