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하 망명'미스터리 되나

중앙일보

입력

핵 과학자로 알려진 경원하 박사 등 북한인 20여명의 해외 망명설은 미국 정부와 관계자들이 부인하거나 사실 확인을 거부하고 있어 당분간 미스터리로 남을 전망이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경원하 박사 등의 미국 망명설을 부인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시인하지도 않았다. 22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는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탈북을 성사시키기 위해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보도된 미국 내 비정부기구(NGO)인 허드슨연구소의 마이클 호로위츠 국제 인권.종교자유 국장은 "호주 신문의 보도는 나우루의 몇몇 인사가 다음달 실시될 나우루 대통령선거에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며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 보면 호주 언론 보도내용 중 비록 일부는 사실과 다를지라도 뭔가 '비밀스러운 몸체'에 의해 경원하 박사 등의 망명이 추진됐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우처 대변인은 호주 언론 보도내용 중 "미국 정부가 나우루 정부에 (탈북자 망명지원의 대가로)경제적.외교적 지원을 했다"는 부분만 정면으로 부인했고, 탈북 사실 자체에 대해선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그동안 나우루는 테러조직의 불법자금 루트로 의심받아 왔다.

9.11테러 이후 제정된 법(USA Patriot Act)에 따라 미국은 나우루에 대해 어떤 지원도 할 수 없게 돼 있다. 따라서 미 정부 관계자가 이를 시인할 수는 없게 돼 있다.

망명 추진 과정에서 나우루 정부와 접촉하는 등 실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워싱턴의 필립 개너 변호사는 22일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망명사건 연루 사실을 부인하지 않은 채 "지금은 확인해 줄 수 없지만 나중에 자세히 밝힐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미 정부를 피고로 하는 소송을 주로 맡았던 사람"이라고 강조해 망명사건이 미 정부와 직접 관련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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