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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지구를 지키는 방법, 우리들이 좋아하는 만화에 담아냅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이록군은 항상 그림 노트를 들고 다니며 주변의 풍경이나 만화 아이디어를 기록한다. 그에게 만화와 환경운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저는 어린이 환경운동가 이록(서울 신동초 5)이라 합니다. 어린이가 환경운동을 하는 게 가능하냐고요?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요. 초등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죠.

저는 주로 제가 잘하는 그림 그리기로 환경운동을 해요.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그림을 그리고, 멸종위기의 동물에 대한 스티커 보드를 만들어한강공원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알리기도 해요. 환경과 관련한 만화를 블로그에 연재도 해요. 환경과 그림은 제게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예요. 제 꿈은 바로 환경을 생각하는 미술가가 되는 것입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진 계기가 있나요.

“저희 집 근처에 한강시민공원이 있어요. 저는 거기에서 주로 농구를 하거나 스케이트 보드를 타곤 해요. 지난해 어느 날, 평소처럼 한강공원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다가 음료수를 사러 편의점에 갔을 때였어요. 우연히 편의점 뒤에 있는 쓰레기통을 보게 됐죠. 사람들이 마구 버린 쓰레기가 음식물 쓰레기와 뒤엉켜 있었어요. 거기에 한 무리의 비둘기 떼가 모여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더군요. 너무 비위생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이었어요. 왜 사람들은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릴까요?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잘 구분하지도 않고요. ‘이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다면 나중에 어떻게 될까?’라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했어요. 그래서 저는 직접 ‘환경운동가’가 되기로 했어요.”

―어린이 환경운동가로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나요.

“지난해 유넵 툰자(UNEP Tunza) ICC 10기에 지원했어요. 환경문제를 국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리더를 양성하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프로젝트에요. 만 10~13살 학생들이 모여 1년 동안 환경에 대해 공부하고 각자 지역사회 환경지킴이로 활동하게 되죠. 툰자는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배려와 애정으로 대하기란 뜻이에요. 유넵 툰자에서 제가 정한 환경 프로젝트는 ‘한강시민공원의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예요. 매주 주말 공원에 나가 시민들에게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대한 홍보를 하고 있어요. 내친김에 학교에서의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도 진행하기로 했죠. 교장선생님께 ‘잔반 없는 날’을 건의하기 위해 먼저 저희 반의 친구들에게 설문 조사를 해봤어요. 학교 급식의 양이 적절한지, 급식을 얼마나 남기는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활동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등을 묻는 설문이에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교장선생님께 건의를 드렸고 2학기부터는 ‘한 달에 한 번 급식 안 남기는 날’을 시행하겠다는 답변도 받았어요.”

이록군이 유넵 툰자 ICC 10기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제작한 환경 관련 설문 보드. 블로그에 연재 중인 환경 만화 ‘지구꼬마 리키와 피키’ 캐릭터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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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막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급식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반에서 3분의 1밖에 안 되더라고요. 실망이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환경운동의 중요성을 쉽고 재미있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만화를 그리기로 했죠. 만화는 제 또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고, 제가 잘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환경 웹툰을 그려 제 블로그에 지난 3월부터 연재하고 있어요. 제목은 ‘지구꼬마(earth kid) 리키와 피키’예요.”

―웹툰 지구꼬마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요.

“사실 캐릭터 ‘리키’는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그린 캐릭터 ‘metal teeth’가 원조예요. 환경에 관련된 만화를 구상하다가 예전에 만든 ‘metal teeth’를 떠올렸고 그 캐릭터를 살짝 변형시켜 지금의 지구꼬마가 됐죠. 그 다음엔 부모님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대략적인 이야기를 완성시켰고, 저작권 등록도 했어요. ‘지구꼬마’는 제가 만든 환경 동아리 모임의 이름이기도 해요. 지구를 지키는 학생들의 모임이죠. 지난 5월 11일에 발대식을 했고 매주 일요일 오전 8시에 한강공원 압구정·잠원지구에서 만나 쓰레기를 줍고 분리수거를 해요.”

―만화 연재에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텐데요.

“아이디어는 많은데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몇 컷의 만화로 표현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친구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그리려 하니 더 고민이 됐어요. 제가 본 환경 관련 애니메이션들은 너무 어려웠거든요. 똑같은 캐릭터를 매번 그리는 것도 힘들어요. 그러다 얼마 전 프로만화가인 김동범 작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프로는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작가님 역시 똑같은 그림을 그리는 게 지겨울 때는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낸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또 책을 많이 읽고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조언하셨어요. 사실 마음 같아서는 하루에 한 번 연재물을 올리고 싶은데 학교 공부에 유넵 툰자 활동, 그리고 ‘지구꼬마’ 활동까지 하다 보니 업데이트가 빠른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환경의 중요성을 더 빨리,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환경보다 그림에 더 관심이 많은 건 아닌가요?

“원래 꿈이 미술가였어요. 그러던 중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그 중요성을 제 그림을 통해 알리고 싶은 마음에 두 가지를 함께하고 있어요. 이제 제 꿈은 예전보다 조금 더 커져서 환경미술가가 됐어요. 지금은 환경과 미술을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어요. 두 가지 다 저에게는 매우 소중한 보물입니다.”

―만화를 그려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환경의 중요성과 세계평화. 사실 초등학생들이 들으면 지루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만화로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어요.”

―어린이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이 있나요.

“저희 부모님이요. 부모님은 정말 재미있는 분들이세요. 셋이 모여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마구 쏟아져요. 어떤 때는 한 번에 너무 많은 아이디어가 나와 나중에 잘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해요(웃음). 부모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지만, 얼마 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환경 및 개발에 관한 국제연합회의(UNCED)’에서 연설한 캐나다 출신의 12살 환경운동가 세번 스즈키의 동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스스로 경비를 모아 회의에 참석한 세번 스즈키는 “나는 아이일 뿐이지만 전쟁에 쓰이는 돈이 빈곤과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쓰인다면 지구가 얼마나 멋진 곳으로 바뀔지 알고 있다”고 말했죠. 제가 환경운동을 하게 된 또 하나의 계기이기도 해요.”

―어린이 환경운동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제 꿈이 환경미술가다 보니, 그린 디자인으로 유명한 국민대학교 윤호섭 명예교수님을 직접 찾아뵌 적이 있어요. 제 소개를 하고 만나고 싶다고 교수님 블로그에 글을 올렸죠. 교수님은 환경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학생들과 함께 매년 ‘녹색 여름전’을 열고 있는데 내년 전시에 저희 가족이 참여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녹색 여름전과 별개로 내년에는 그동안 제가 그린 그림들로 환경미술전시회를 열 계획이에요. 해외의 친구들과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환경운동도 고민하고 있고요. 또 새로운 만화 캐릭터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의 캐릭터를 이용해 소년중앙에 만화를 연재할 예정이에요.”

―소중에 연재할 만화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제목은 ‘부부와 빠요’. 조금 엉뚱한 캐릭터인 외계인 ‘부부’와 버림받은 강아지 ‘빠요’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예요. 만화를 통해 환경에 관한 메시지를 조금이나마 전달하려고 해요. 초등학생 아마추어 작가의 작품이라 다소 어설픈 부분이 있겠지만,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부부와 빠요의 눈알 찾기 대작전’ 줄거리

골목길 어두컴컴한 곳에서 곤히 자고 있던 강아지 빠요. 갑자기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불빛이 번쩍이는 것을 보고 빠요는 잠에서 깬다. 놀라 달려간 곳에서 만난 건 바로 외계인 부부! 더 놀라운 것은 빠요가 외계인 부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행성을 찾아가던 중 지구에 불시착한 부부는 우주선이 떨어질 때 자신의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내비게이션(길잡이) 역할을 하는 한쪽 눈을 잃어버리고 만다. 동정심이 발동한 빠요는 부부와 함께 잃어버린 눈알을 찾아 길을 나서게 되는데….

글=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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