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 『삼교귀감』 간행본 발견|『선사귀감』은 『삼교귀감』일부|서산대사 사상연구에 도움|판하본으로 보존상태 완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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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조 불구의 큰 산맥을 이룬 서산대사 (1520∼1604년) 의 친필 판하본 (친필을 목판에 붙여 양각, 그 목판을 찍은 책) 『망숙귀감』 이 서지학자 안춘근씨에 의해 8일 발견·공개돼 학계와 불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삼교귀감』의 발견은 서산대사의 대표적 저술로 알려져 온 『비가귀감』 이 『삼교귀감』의 3부중 1부임이 확실하게 밝혀졌으며, 서산대사의 은상을 보다 폭넓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새로 발견된『삼교귀감』은 이 책의 최초 간행본으로 추정되는데 길이 18㎝, 너비 12·5㎝의 한적(한적)에 각면 10항 22자씩 모두 3권1책.
특히 서문 끝에는「청허당」「휴쟁」등 서산대사의 낙관이 선명하게 찍혀 있어 이 책이 그의 친필 본임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 책은 제l권에 『위가 귀일』 ,제2권에 『유가귀감』,제3권에 『도가귀감』몰수록, 비·유·도 3돈의 귀감이 될 종교 개론을 싣고 있는데 각 권의 앞부분과 끝 부분에 권서문과 권말후기가 씌어져 있는가 하면 이제까지 전해 내려오는 책들이 마멸·훼손·탈락된 부분이 많은데 비해 거의 완벽한 상태를 간직하고 있어 전편의 완역이 가능하게 됐다.
『삼교귀감』의 초간은 명종 18년(1564년)에 이루어졌으나 1579년 서산대사의 제자 사명대사가 재간하면서『유가귀감』 과『도가귀감』은 떼어버린 채 지금까지 『위가 귀감』 만이 단일 본으로 전해지며 많은 종류의 간본이 나왔다.
한편 『유가귀감』 과 『도가귀감』운 흑은 각 권으로 혹은 삼가 귀감이란 이름으로 재편되어 세전 돼왔기 때문에 학계와 승방에서는 『비가귀감』 과 『삼가 귀감』 이 별개의 책이라는 학설이 나오기에 이르렀다고 안춘량씨는 설명했다.
현존하는 완본 중에서 불·유·도가의 귀감을 모두 싣고 있는 최고 본으로는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돼있는 만송본(연대 미경)인데 이 책은 명침이『삼가 귀감』으로 돼 있을 뿐 아니라 편제가 유·도·불의 순서여서 서산대사의 사상과 동 떨어져 있음을 보이고 있다.
『삼가 귀감』만을 한 책으로 한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선조 23년(1590년)에 찍은 것으로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으나 이번에 발견된 초간본에 비해 내용이 여러 군데 삭제되어있다(이제까지 나온 『위가 귀일』의 번역 본은 이 책을 이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초간본에는 『선가귀감』 권지상에 「채왕자 수간초지산무소부상 이재고야,탐주자 수만구지해 무소부인 이재심야」 (옥을 캐는 사람은 산이 아무리 수천길 높아도 올라가 많은 이익을 얻고 진주 따는 사람은 바다가 아무리 깊어도 어디든지 들어가 마침내 따내니)등의 귀절과 『도가귀감』 끝부분에 「희망숙도칭일도,도시하물 야구득철거,방오유야 석야 도야」 (=약흘 이름하여 도라고 하니 도란 무엇인가 꿰뚫어 알면 그것이 유교요 불교요 도교다)등이 있으나 현존 본에는 전혀 없다.
학계에서는 이 초간본이 나옴으로써 서산대사의 삼오 통합 논을 보다 명확히 밝힐 수 있게 됐으며 지금까지『삼가 귀감』과 『위가 귀감』사이에 남아 있던 의문이 풀렸다고 보고있다. <안길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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