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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고도화에의 비전 <하>|-5차 5개년계획에 비친 청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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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전자공업의 장래는 기술혁신에 달려있다.
우리의 기술축적이 크게 미흡하고 양성해 놓은 고급인력도 부족하다.
국내전자기술수준은 아직 초보단계라 할 수 있다.
1948년 트랜지스터의 발명으로 전기를 맞은 전자기술은 IC(집적회로)의 개발로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를 치닫고 있다.
그러나 국내기술은 80년말 현재 국산화율이 컬러TV 80%, 음향기기·전자시계 70%, VTR·전자레인지 40%정도다.
선진공업국에서는 고도성능의 다양한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으나 우리는 부품을 수입, 반도체의 단순조립생산양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50년대 흑백TV. 60년대 전자레인지·컬러TV, 70년대 VTR· 컴퓨터·ESS (전자교환기) · LSI (대형IC)를 개발했고 미국은 이보다 앞서 50년대 컬러TV·컴퓨터, 60년대 ESS, 70년대 마이크로 컴퓨터·데이터통신·광섬유· VLSI(초대형IC)를 개발했다.
트랜지스터나 컬러TV등을 당초 발명한 것은 미국이지만 이를 도입, 응용하여 대량 생산시스팀으로 발전시킨 것은 일본이며 이 때문에 일본제품이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다.
한국은 50년대 라디오시대를 거쳐 60년대 흑백TV·기계식교환기, 70년대 컬러TV·오디오제품· 자동식교환기 등을 생산했다.
기술의 시간격자는 말할 필요도 없고 기술의 질면에서는 더욱 아득하다.
특히 컬러TV의 방영·시판금지는 전자공업의 발전을 인위적으로 막는 역할을 했다.
자연적인 흐름이 막혔던 것이다.
선진국의 기술수준은 그만한 개발투자의 결과였다.
78년 기준으로 매출액대비연구개발비의 투자비중을 보면 미국 7·3%, 서독5·3%, 일본·프랑스 각각 3·8%이고 한국은 1·2%에 불과하다.
기술개발실적이 부진했던 것은 업계의 특허 출원실적에도 나타난다.
삼성전자·금성사·대한전선 등 국내가전 3사의 특허실용신안 출원건수는 79년 1백72건, 80년 1백56건이었다. 일본의 일립제작소 하나만도 최근 5년간 매년1만8천여건을 출원했다.
기술도입에도 소홀했다. 일본이 78년말 현재 6만7천6백건의 기술을 도입한데 비해 한국은 1백17건을 들여왔을 뿐이다.
기업은 투자여력이 없고 정부의 지원정책이 뒷받침하지 못했다.
업계는 세제 등 현행제도가 전자공업의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간접세 비중이 한국은 흑백TV 52· 9%, 컬러TV67·2%인데 비해 일본은 15%, 미국은 6∼8%, 대만은 10∼15%정도이니 경쟁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75년 개발한 VTR를 81년에야 과세를 시작하고 15%의 물품세를 부과하고 있다. 기술개발과 경쟁력강화를 위해선 내수기반의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는 정책적 배려 때문이다. 한국은 VTR개발 (79년1월)과 동시에 비싼 특별소비세가 붙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정부·업계협동의 연구개발체제가 기술개발의 튼튼한 기반이 되고있다.
미국은 반도체개발에 2억달러, 컴퓨터개발에 1백34억달러의 정부보조를 했고, 일본 역시 반도체에 1억5천만달러, 컴퓨터에 1백66억달러를 보조했다. 반도체개발에, 대한 정부지원이 영국·서독·이탈리아등선진국에서는 예외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범국가적 사업으로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도 78년의 연구개발비 소요액 1백억원 중 64%를 정부에서 부담했다.
특히 일본은 지난 76년 통산성산하 전자종합기술연구소 지도와 국영 전전공사협력으로 간지·일립·부사통·일본전기·삼몽전기 등 컴퓨터 5대 메이커를 참가시켜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설립하고 초대형반도체(VLSI)를 개발했다.
대만은 기술도입을 정부주도로, 제품생산은 민간기업이 맡는 협조체제를 택하고 있다.
전자기술은 개발에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료를 비싸게 물어야 된다. 그나마 첨단 핵심기술은 전수를 기피하기 있어 도입하기가 힘들다.
반도체 부품가공기술 1건에 미국업계는 1백50만∼3백만달러의 기술사용료를 요구하고 있다. 여러가지 부품가공기술을 들여오려면 전문학적 기술료를 지불해야만 되는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반도체기술도입실적이 저조하다. 삼성전자·금성반도체·한국전자·행남전자 등 4개 업체에서 겨우 일부 반도체부품가공기술을 도입했다.
전자공업을 고도화하려면 자체기술개발이 절실한 것이다.
지난해 반도체의 국내생산은 5억1천만달러, 수출이 4억7전7백만 달러였다.
전액 외국인투자업체가 수입부품으로 조립하여 만든 제품을 수출한 것이 전체의 90%였다. 국내 부가가치는 보잘 것 없었다.
기술인력의 양성도 시급하다. 국내전자업계의 종업원은 7백50여개 업체에 22만여명. 이중 상당수준의 기술인력은 7천4백여명으로 전종업원 중 기술자 비율은3·4%에 불과하다. 미국은 이 비율이 20·3%, 일본은 6·2%다.
매년 일본에서 전자공학과출신자가 2만5천여명, 미국에서 2만여명 배출되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2천∼2천5백여명 밖에 안된다.
정부는 고급 기술인력 확보책으로 5차5개년 계획기간 중 국내·외에서 3만8천4백 여명을 훈련, 연수시키기로 했다. 전자산업고도화에 따른 인력난을 메우기 위한 일환이다.
정부는 82년부터 86년까지 전자부문에 2조3천억원의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이 중 연구개발 투자를 7천2백60억원으로 예정하고 있다.
이중에는 16억달러의 외자를 도입한다는 비장한 각오다.
컬러TV시판· 방영문제를 놓고 많은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다.
전자공업을 위한 정부시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관련업계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세제·금융·행정지원 등 정책유인을 재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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