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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보다 중견들은 지대|그룹전 줄고 개인전 풍성|고객들도 중견·소장그림 찾는 경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화랑의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무덥고 긴 여름잠에 빠져 있던 화랑가 가을 시즌을 맞으면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풍성한 결실을 예고하고있다. 화단과 화랑 가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번 가을 시즌의 특색은 ① 특징 있는 기획전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경향 ② 종래의 대가·중진위주에서 중견·소장 급을 다수·참여시켜 화단에 새바람을 일으켜 보자는 경향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값이 다소 싼 중견·소장 층의 그림이 많이 팔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각 사설 화랑들은 하반기 기획 초대전을 2∼4개씩 마련, 화단의 숨통을 열어 놓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초대된 화가는 서세옥(동양화) 문학진· 박득순 (이상 서양화) 최기원 (조각)씨 등 중진급작가로부터 이규선·하태낙(이상 동양화) 정문규(서양학) 김상유 (판화) 씨 등 중견작가, 그리고 탁대덕·김애영 (이강 서양화) 한진섭(조각)씨 등 소장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중견·소장 급의 진출이 두드러 진다.
또 이번 시즌에는 해외활동 등으로 오랜만에 선을 보이는 비중 있는 작가들도 많이 눈에 띈다.
이대 미대 출신으로 파리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서양화가 이수재씨가 10여년 만의 귀국 초대전으로 작품을 선보이게되며 여류 동양화가 동초 이현왕 여사가 고희 전을 갖는가 하면 속칭「걸레스런 인」으로 불리는 고 중광 스님이 초대전을 갖는다.
올 시즌 초부터 나타나고 있는 기류중의 하나인 실험작가들의 초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의 하나다.
『난해하다』 는 일반 애호가들의 평과, 『안 팔린다』 는 화랑 측의 상업성이 한데 어울려 줄곧 작가들만의 외로운 작업을 계속해온 이들에게 화랑이 차츰 눈길을 돌리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실험계열의 중진급으로 박서보씨가, 그리고 소장 급으로 김장섭씨가 초대전을 가질 예정이다.
개인초대전이 이처럼 다양하게 풍성해진 반면 그룹 초대전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올 하반기 초대전 중 그룹으로 기획된 것은 통틀어 4개뿐.
현재 신세계 미술관에서 일리고 있는 한국 현대 판화전을 비롯, 진미술지 초대 동·서양화 3인전(선 화랑) 제작전 초대전(예화랑) ?년 작가 2백호전 (신세계미술관)이 전부였다.
통상 그룹 존대전하면『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 할만큼 엇비슷한 중진, 대가급 작가로만 꾸며져 뜻있는 미술 애호가들의 이마를 찌푸리게 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결과.
아직 그런 기운이 완전히 가셨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번 그룹 증대를 보면 나름대로 특성을 갖기 의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최쌍중 권순철 오세열 도팔량 박용인 황영성씨 등 10여명의 소강·중견 작가들을 초대, 자화상과 함께 전시하는 청년 작가 2백 호전은 2백호라는 큰 화폭을 통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시도한 첫 번째 기회라는 점에서 돋보이는 그룹중의 하나다.
그림 값은 지난봄 시즌에 일부화가가 20∼⑾% 인정했기 때문에 작가 상호간의 경쟁의식으로 인해 나머지 작가중 일부도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리나 현재 매매는 극히 부진한 실정, 더우기 세침「인기작가」의 그림은 잘 팔리지 않고 있으며 그보다는 중견·소장 작가들의 새로운 그림들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그림 값이 형성될 것 같기 도하다.
전체적으로 보아 욜 하반기 시즌 기획은 화랑들이 연속되는 불황 속에서 화랑 자체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고 나름대로 미술계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들 모색하려했다는데 뜻이 있는 것 같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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