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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추석요리는…여류 5명의 솜씨자랑|밤·햇콩·깨·대추 등으로 고물을 만들어|소금 살짝 뿌린 송이에 계란 입혀 구워|고기는 양념장에 30분쯤 재워야 제맛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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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추석을 일주일 앞둔 시장은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풍성함을 느끼게 해준다. 가을은 이 같은 수확물의 신선한 미각에서부터 우리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은 또한 햅쌀로 빗는 송편의 향긋한 솔 내음과 토란국·송이전·쇠고기 산적 등으로 주부들의 요리솜씨를 자랑할 수 있는 명절이기도 하다. 여류 5명이 자랑하는 「내가 만든 추석 요리」를 소개한다.
송편과 토란국
우리 집 식구들은 송편을 특히 즐긴다. 순 서울식으로 빚는 조그맣고 둥근 송편은 한입에 쏙 들어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대환영이다.
흰쌀로 빚은 것, 쑥을 버무린 것, 지금은 흔치 않지만 송기(소나무껍질)로 붉은 빛을 띠게 하여 삼색송편을 만든다.
고물로는 밤·햇콩·깨·대추를 주로 넣는다.
밤은 껍질을 벗겨 삶아낸 후 잘게 쪼개고, 깨는 빻아서 설탕 또는 꿀과 버무린다.
우리 집에서는 특히 대추 송편을 즐기는데 잘 씻은 대추의 씨를 뺀 다음 반을 가르거나 통째로 넣으면 맛이 있다.
송편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토란국이다. 사태 살을 이용, 푹 고아 기름기가 없는 곰국으로 끓인 다음 일단 삶아 두었던 토란을 곰국에 다시 넣어 끓여 내놓는다.
김정숙 <조각·홍익대 교수>

<송이전>
송이만큼 향과 맛으로 가을을 가져오는 식품도 드물다.
상쾌하면서도 신선한 송이의 향과 육감적인 송이의 살점은 마치 풍성한 가을을 그냥 마시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나는 추석 별식으로 송이 전을 마련해왔다.
송이는 될수록 양념을 적게 해 원래의 맛을 간직하도록 하는데 요리의 비결이 있다.
얇게 썬 송이를 먼저 소금물에 잠시 담궜다 건져낸다 이때 맛소금을 써도 안되며 그냥 고운 소금물을 송이에 뿌리는 듯한 기분으로 해야한다.
물에 오래 담가두면 그만큼 송이의 맛이 덜해진다.
소금물을 뿌린 송이에 계란을 입혀 번철에 구워 내는데 번철을 될 수 있는 한 두꺼운 것을 써야 제맛을 살릴 수 있다.
얇게 썬 쇠고기와 함께 구워내도 좋다. 후추는 치지 않는다.
신달여 <시인>

<쇠고기 산적>
추석이라 해서 특별한 요리를 하지는 않고 그저 송편·토란국에 갖가지 과일을 풍성하게 차리는 게 우리 집 풍습이다.
그 중에서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연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맛깔스럽게 양념하여 싱싱한 실파와 번갈아 가면서 꽂아 만든 쇠고기 산적을 들고싶다.
맛있는 산적을 위해서는 고기의 질도 좋아야겠지만 양념장이 중요하다.
진간장·물·설탕·깨소금·참기름·후추·파 마늘 다진 것을 혼합한 양념장에 얇게 썬 고기를 30분간 재워놓은 다음 고기보다 약간 짧게 7∼8cm로 썬 실파와 함께 꼬챙이에 꽂아 프라이팬에 지져낸다.
프라이팬이 완전히 뜨거워 졌을 때 고기를 익혀야 고기 맛이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는다. 양념장에 넣는 물대신 배즙이나 청주를 넣어도 좋다.
이경희 <수필가·꼭두각시놀음패 「어릿광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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