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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Ⅱ미사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현대전의 한 촌극을 보는 것 같다. 공중엔 괴기한 모양의 정찰기가 번개처럼 지나가고, 지상의 레이다는 그것을 빗살처럼 뒤쫓는다. 초를 다투는 싸움이다. 공격과 방어, 누가 먼저 기선을 잡느냐가 문제다.
어느 쪽도 빈틈이 없다. 지상의 레이다는 적어도 2개이상의 유도시스팀을 통해 다각적으로 추적, 정찰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이것을 모를 정찰기는 아니다.
파일러트의 눈앞엔 어느새 정보등이 깜빡이고 귓속에선 요란한 버저가 울린다. 지상의 레이다에 추적 당하고 있다는 경고다. 정찰기엔 바로 자신을 뒤쫓는 레이다의 전파가 어느 지점에서 발사되는가 까지도 찾아내는 장치가 있다. 이쯤 되면 숨바꼭질이 아니고 당당한 힘과 힘의 대결이다.
드디어 지상에선 비행기를 목표로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이 순간 정찰기의 또 다른 정보가 울리며 파일러트에게 적절한 대응책을 재촉한다. 승패를 가름하는 순간이다.
이것은 바로 지난26일 서해상공에서 벌어졌던 미SR-71정찰기와 북괴미사일과의 대결 광경이였다. 최근 뉴욕타임즈지는 숨가쁜 순간의 장면을 한편의 소설처럼 엮어 소개했다.
미정찰기를 공격한 문제의 북괴 SAⅡ미사일은 낯선 이름이 아니다. 이미 1960년 중앙아시아의 상공에서 미 첩보정찰기U-2기를 격추시킬 때 그 이름이 알려졌었다. 1962년 소련은 쿠바에 바로 이 미사일을 설치하려다가 실패한 일도 있었다.
그후 월남전에서 미전폭기 B-52를 노린 미사일도 바로 SAⅡ였다.
일명 SAMⅡ라고도 한다. 지대공(Surface-to-Air-Missile)의 약자. 최대 대공 유핵 사정거리는 1㎞b, 최고속도 마하2·5.
그 신상명세만으로도 SR-71과는 대결이 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도나 속도에서 SAⅡ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가지 의아한 것은 판문점정전위회담(1일)에서 밝혀진 SAⅡ미사일의 폭발고도다. 유엔군측 보고에 따르면 상공 21㎞였다. 실제 알려진 사정거리보다 3㎞나 높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는 일단 유핵 사정거리를 벗어난 미사일은 유도능력을 잃어 폭탄으로서의 구실을 못한다. SR-71정찰기는 바로 「유핵사정」보다 높게 떠 있었다. 물론 속도도 빨랐다. 이런 일은 1973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전쟁 때도 볼 수 있었다.
마침 일본의 산께이(산경) 신문이 보도한 북괴측 미사일의 성능에 의문을 표시한 기사는최대사거리와 최대 유핵사거리의 미묘한 차이에서 비롯된 것 같다. 이 신문은 한 일본군사소식통의 설명을 빌어 북괴미사일이 실제는 보다 고성능일지도 모른다는 보도도하고 있다.
아뭏든 현대전의 정교한 비밀들은 우리의 상상을 넘는다. 북괴엔 미사일기지가 무려 3백기나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밝혀졌다. 우리는 SR-71기의 단막극만을 가지고 안도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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