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미·중·일 스마트폰, 10월 상륙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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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신 기능을 탑재한 외국산 스마트폰이 다음달 국내에 대거 상륙한다. 애플이 9일(현지 시간) 공개한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6’에서부터 개발도상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샤오미의 초저가 스마트폰 ‘홍미노트’와 ‘미4’까지, 구색도 다양하다. 다음달 1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 그간 보조금 혜택에서 소외됐던 외산폰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 한국 이동통신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국내 소비자의 관심은 단연 아이폰6에 쏠린다. 아이폰6의 판매는 오는 19일부터 시작되지만 한국은 1차 출시 국가(미국·독일·프랑스·영국·홍콩·일본·캐나다·호주 등 9개국)에서 빠졌다. 과거 애플의 국내 출시 일정을 감안하면 업계에선 10월 말쯤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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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2011년 아이폰4를 절정으로 한국에서 아이폰 사용자는 급격히 줄고 있다. 폐쇄적인 운영체제와 작은 화면, 상대적으로 부족한 애프터서비스(A/S) 등의 단점이 부각되며 아이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우선 아이폰6는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화면’을 들고 나왔다. 아이폰을 사용하다 화면이 작아 다른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사용자의 욕구를 뒤늦게나마 충족시킬 수 있게 된 셈이다. 여기에 그간 주파수 문제로 아이폰을 팔지 못했던 LG유플러스까지 아이폰6를 공급한다. LG유플러스의 시장점유율이 약 20%인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구매 대기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에선 아이폰6가 국내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5·노트4와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화면크기·해상도 같은 하드웨어는 삼성전자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 휴대성과 소프트웨어·반응속도 측면에서는 아이폰이 더 낫다는 평가가 많다.

 소니도 최신형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3’를 무기로 다음달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다. 소니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가전전시회 IFA2014에서 선보인 전략 스마트폰으로, 한국에서는 지난 2일 전파인증을 통과했다. 2070만 화소의 카메라를 비롯해 고음질(하이레졸루션) 오디오(HRA)를 헤드폰으로 즐길 수 있는 소니 최고 기술력을 결합한 제품이다.

 소니코리아 장지나 매니저는 “올해 초 재도전을 선언하며 내놓았던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Z1’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며 “이번에는 엑스페리아Z3로 한국 시장 다지기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화웨이도 다음달 전략 스마트폰인 ‘아너6’를 출시한다. 가격은 약 37만원. 화웨이는 지난 2일 공식 트위터 계정(@HuaweiDevice)에 “아너6 스마트폰이 한국에서 출시됐어요! 누구 이 제품 써본 사람 있나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게시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됐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출시를 앞둔 화웨이의 마케팅 전략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을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 1위에 오른 샤오미의 초저가 제품도 국내에서 보기 쉬워진다.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미3·미4·홍미·홍미노트·미패드 등 샤오미 스마트폰에 대한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있다. 점차 샤오미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어 공동구매 수요도 본격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외국산 스마트폰의 국내 출시가 다음달에 몰리는 것은 10월부터 단통법이 시행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외국산 스마트폰은 이통사가 제공하는 요금제와 결합하지 않고, 온라인 쇼핑몰·마트 등에서 공(空)기계로 판매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는 이통사가 주는 보조금을 받을 길이 없었다.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되면 스마트폰을 이통사에서 구매하지 않아도 보조금 대신 그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 개별적으로 외국산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이통사 대리점을 찾아가 개통해도 요금할인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단통법은 이통사 보조금과 단말기 제조사 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하고, 보조금 지급 한도를 25만~35만원으로 제한했다. 기존 이통사에서 주던 보조금이 줄면 국산 스마프폰을 살 때 소비자가 내야하는 금액은 그만큼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품질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외국산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레저·출장 등을 목적으로 별도의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세컨드폰족’이 많아졌고, 학생들의 스마트폰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점도 호재다.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이석규 교수는 “한국도 앞으로 해외에서처럼 프리미엄·중가·저가 식으로 다양한 분류의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외국산 스마트폰이 많아지는 것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산폰에 대해 배타적인 한국 소비자가 선뜻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아이폰을 제외한 모토로라·노키아·블랙베리·HTC 등 외산폰이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얼마 못 가 자취를 감췄다. 국산폰에 비해 세부적인 기능이 떨어지고, AS도 미흡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망을 쥐고 있는 이통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이 부담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삼성·LG전자 등과의 관계를 감안해 외산폰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겠지만, 국내 제조사에는 적잖은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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