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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버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1960년4월27일 중앙아시아의 소련영공에서 정체를 알수 없는 비행기가 격추되었다.
이것은 「아이젠하워」와「흐루시초프」의 미소정상회담을 결렬시킬정도의 국제적 사건이었다.
우선 세계는 그것이 U-2기로 불리는 미국의 고생능 초고공정찰기라는데 놀랐다. 현대의 무기중에「초」자가 붙지않은 것이 없지만 U-2기의 고성능은 가히 「초」의 경지였다.
2만몇천m, 이수치로 치면 50리도 넘는 상공에서 U-2기가 지상을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으로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구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진이 문제가 아니었다. 소련 대공레이다의 전파반응을 자기기록장치에 수록하는 일도 할수 있었다. 소련의 ICBM기지나, 각종비행기의 배치강화, 잠수함기지등을 U-2기의 눈은 샅샅이 밝혀냈다.
바로 그 정찰기가 격추 폭로되자미국은 전혀 새로운 「비밀」을 갖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후신이 바로 록히드사에서 설계제작한 YF-12였다. 역시 U-2기의 설계가인「C·L·존슨」의 작품.
미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고고도 고속비행에서도 방향이 부안정하지 않도록 거듭 설계를 보완했다. 1964년 7월14일 「존슨」 대통령은 문제의 SR-71기롤 비로소 공식발표했다.
「SR」는 전략정찰(Strategic Reconnaissance)의 약자. 이 SR-71기는 상승한도 2만7천m, 항속시간 1시간30분, 최대속도 마하(음속) 3.5, 순항속도 2.63의 위력을 갖고 있다. 마하 2이상이면 M-16의 총알보다도 빠른 속도다.
그러나 더옥 놀라운 사실은 정료능력이다. 1시간당 26만평방km를 정찰할수 있다고 한다. 한반도의 면적은 남북한 전부합쳐 22만평방km.
불과 1시간이면 한반도의 어느 구석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뚫어볼수 있다. 더구나 상공 2만4천m 높이에 떠있으면 그친각도 엄청나 휴전선 상공에서도 북한을 굽어볼수 있다고 한다.
현대전에서 적을 제압하는 것은 무기의 힘보다는 정찰의 힘이 더증요하다. 누가 먼저 적의 동정을 알아내느냐가 벌써 승패를 가름한다. 오늘의 전쟁은 곧 시간, 촌음의 전쟁인 것이다.
SR-71기는 우선 검은 빛깔하며, 곤충모양의 괴기한 모양하며…겉보기에드 괴물같다. 별명마저「블랙·버드」다. 기수는 흡사 코브라 독사의 머리를 닮아다. 한층 공포를 갖게 한다. 바로 이 문제의 미공군소속 SR-71기가 엊그제 한국과 공해상공에서 북괴 대공미사일의 공격을 받았다. 물론 그 미사일은 중도에 분해되고 말았다. 공연히 망신만 당한 셈이다. 우선 우리는 군사과학의 승리를 보는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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