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박현서씨의 도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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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열심히 살다보니 이렇다할 취미하나 제대로 갖지 못했읍니다. 20여년 전부터 백자를 수집해 왔지만 그것도 신통치 않고 해서 서툰 솜씨를 부려보고 있을 뿐입니다.』
전 언론인이며 국회의원을 지낸 수필가 박현서씨(57)는 요즘 도자기에 정신을 뺏기고 있다고 했다.
백자만을 고집한 것은 아닌데도 틈틈이 만든 50여점의 항아리·붓통·찻잔·등잔·연적·향합·우산꽂이 등 대부분이 백자다.
여백의 한가함을 그대로 살리면서 유연하고 고운선을 드리운 항아리를 보고 있으면 신기할이 만큼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
『아직 흙장난에 지나지 않습니다. 격을 갖추려면 한참 걸리겠지요.』그러나 흙장난이「즐거운 장난」임에는 틀림없다면서 주부들에게 도예를 적극 권하고 싶다고 한다.
24시간을 꼬박 불을 때며 지켜야하는 초조한 소성 등 복잡하고 힘에 겨운 일인데도 도예에 마냥 몰입하게 되는 것은 가마뚜껑을 열어 젖힐 때의 설렘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분명히 동그랗게 만든 그릇이 불 속에서 나올 때는 4각도 되고, 5각도 된다는 것이다.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은 대체로 크게 다섯 단계를 거친다. 그릇의 몸이 되는 태토 준비에서 그릇을 빚는 일, 초벌구이, 유약 바르기, 그리고 굽는 과정 등이다.
그릇을 빚기 전에 흙을 이기는 작업도 중요하다. 흙 이기기는 흙속의 수분을 고루 스며들게 하고 흙 속의 공기를 빼내기 위한 것으로 흙 속에 공기가 기포를 만들면 구울 때 터져 버린다.
잘 이겨진 흙을 이용, 자기가 만들고 싶은 형태를 만드는 것을 성형이라고 한다. 손으로 빚거나 틀을 이용하기도 한다.
꽃병·그릇 등 원하는 형태가 만들어지면 흙이 손에 묻지 않을 만큼 그늘에서 반쯤 말린다. 여기에 문양을 조각한다. 일단 조각이 끝나면 완전히 말려 가마에 넣고 7백∼8백도에서 10시간 이상 초벌구이를 한다. 초벌구이에서 나온 그릇은 두드리면 쇳소리가 나고 흡수성이 강하다.
이때 그릇에 청화(코발트색)·철사(갈색) 신사(초록색·자주색·홍색)등으로 그림을 그려 넣는다. 그림을 그린 뒤에 자기가 좋아하는 유약을 입히는 게 다음 단계다.
유약이 건조되면 다시 가마에 넣어 대개 1천2백50∼1천3백도에서 28시간 정도 굽는다. 초벌구이 재벌구이 과정은 전문 도예공들에 맡겨진다.
박씨는 도예는「기다림과 반복의 예술」임이 틀림없다면서 오래전에 친구가 지어준「광유」이란 호를 도자기에 새겼다.<김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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