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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법안이 무슨 죄 … "당장 국회 해산" 들끓는 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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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닷새간의 휴식도 식물국회를 해소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됐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 차는 한 치도 좁혀지지 않았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15일 본회의에 절대로 참여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로 예정된 여야 원내대표 회동도 불발됐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깊은 사정을 말하긴 어려우나 두 원내대표가 오늘 접촉하거나 만나기에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도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만나자는 뜻을 전달했으나 이 원내대표가 ‘당내에 (야당에 더 이상 끌려 다닐 수 없다는) 강경론이 많아 지금 당장은 만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11일 이후 만날 것으로 보이지만 만난다고 해도 지금 상태론 뾰족한 돌파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5월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법안 처리 제로(0)’란 불명예스러운 기록은 130일 넘게 계속되고 있다. 국회 밖에선 “당장 국회를 해산하라”는 민심이 들끓고 있다.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여야는 대신 말싸움만 이어갔다.

 새누리당은 15일 국회 본회의 개최와 관련해 정의화 국회의장을 압박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본회의에 계류 중인 민생 법안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여야가 본회의 일정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일 본회의를 단독으로라도 개최해 민생·경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거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세월호특별법이 가장 중요한 민생 법안’이라며 추석 연휴 이전과 똑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과 158석 거대 여당의 불통과 고집이 정국 파행의 주범”이라며 “세월호와 민생을 양자 대립구도로 만드는 비윤리적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의 본회의 개최 주장에 대해 “국회법상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은 원칙적으로 천재지변·비상상태·여야합의·신속처리대상안건 외에는 금지돼 있다”며 “현재 본회의 계류 중인 93개 법안은 법사위를 통과했지만 여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내부에서조차 “더 이상 국회 일정을 미루는 건 무리”란 의견들이 터져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초선 의원은 “세월호특별법이 성사될 때까지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며 “민생 법안 처리와 국정감사 등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당내 중도·온건파 성향인 ‘민집모(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도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비공개 회동을 했다. 모임에 참석한 김영환 의원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 민심이 어디에 있고, 야당이 왜 위기에 빠졌는지를 논의했다”며 “추석 민심 수렴은 물론 향후 국회 일정과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난상토론 형식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애초 추석 연휴 직후에 진도 팽목항부터 서울까지 도보 행진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당 안팎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지상·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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