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단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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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간은 혈관과 더불어 늙어간다고 한다. 이 말은 노화란 곧 혈관의 노화를 뜻한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편 노화를 초극하려는 인간 본능의 외침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예부터 건강과 장수는 인간의 한결같은 염원이었다. 그러나 진시황도 49세에 죽었고, 「나폴레옹」도 53세에 타계했다. 근년에는 일본 국립 암 연구소 소장이 암으로 죽었다는 아이러니컬한 뉴스도 있었다.
아니 우리 주위에서도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죽어 가는 예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래서 건강은 인간의 최고의 행복이며 최대의 재산이라 함이 또한 무리가 아닌 얘기다. 이와 같은 「행복과 재산」을 얻기 위해서는 철저한 건강 관리를 함으로써 모든 질병을 이겨내는 강한 체질을 길러야 한다. 더욱이 공해 속에 사는 우리로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내가 단식 도장을 처음 찾은 것은 73년9월이었다. 실은 아무 이상이 없는 건강체였지만, 우연히 본 어느 단식 교본에서 「사람은 20대, 40대, 60대에 각각 한번씩 단식을 하면 10년 이상 수를 더할 수 있다」라는 글을 읽은 것이 그 동기라고나 할까. 처음 예정은 15일이었는데, 생각보다 기분이 좋아 5일을 더 늘려 20일을 채웠다.
보식 때도 단식 수칙에 따라 철저히 했기 때문에 한달 뒤에는 정말 날아갈 것같이 몸이 가벼워져 사업 의욕도 훨씬 더 왕성해 짐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그후 78년까지는 매년 8월초에 12∼15일간씩 도장에서 단식을 해오다가 어느 정도 숙련된 뒤인 79년부터는 단식 도장에 들어가지 않고 회사에 출근하면서 매년 1주일간씩 단식을 해 오고 있으며, 금년에도 막 단식을 마치고 지금 보식 중에 있다.
단식은 신체의 오버홀이며 약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연 요법이다. 하지만 단식 때보다 보식 때가 더 중요하니 식욕이 난다고 해서 단식 수칙을 어기고 함부로 먹다가는 단식하기 전보다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단식 요법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①식생활 관리 ②적절한 운동 ③충분한 수면을 들 수 있다.
나는 이것들을 잘 지켜왔기 때문에 66세인 지금도 이·눈·섹스 (sex) 등이 건전하여 5층 계단 정도는 단번에 뛰어올라 가더라도 그다지 숨이 차지 않다.
인명재천이라 하나 명을 하늘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건강 관리를 잘하여 명을 늘려 나가야 한다.
내 앞에는 할 일이 너무나 많다. 특히 이 땅에 출판 문화의 튼튼한 뿌리를 깊이 심어 놓기 위해서라도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하여 오래오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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