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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사취에 새 수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동사무소에 비치된 주민등록 개인 기록 카드의 사진을 바꿔치기 한 뒤 가짜 인감증명서를 발급 받아 남의 집을 사채 회사에 잡혀 거액을 사취하는 신종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쫓고 있는 35세 가량의 이 범인은 지난 6월3일 하오 5시30분과 7일 상오 11시30분 2차례 서울 불광 2동사무소에 나타나 직윈 신순호씨 (32·인감 발급 담당·서울 진관외동 175의 443)에게 자신을 이웃에 사는 「장증수」라고 소개한 뒤 『돈을 떼어먹고 달아난 채무자가 불광 2동에 사는데 번지는 모르고 얼굴만 아니까 주민 기록 카드를 보여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신씨는 이웃에 산다는 말에 의심 없이 일반인 통제 구역인 카드 비치 장소로 안내했고, 범인은 20∼30분간 카드를 뒤적이다 『잘 봤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나갔다.
이튿날인 8일 하오 1시쯤 범인은 다시 동사무소에 들러 『인감 도장을 잃어 버렸으니 개인계를 내달라』고 요구, 신씨가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하자 『잃어 버렸다』며 『개인 카드를 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씨가 장증수씨 (37·불광 2동 346)의 카드를 확인해보니 카드에 범인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범인은 직원 김안중씨 (34·민원 주임·서울 청담동 삼익 아파트 662의 12)로부터 법원 등기용으로 인감증명 4통을 발급 받아 9일 하오 5시30분쯤 서울 종로 2가에 있는 사채 업소 대림공사에 장증수씨 명의로 된 인감증명을 제시, 진짜 장씨의 소유인 대지 58평, 건평29평의 미니 양옥 1채 (싯가 4천만원)를 담보로 잡히고 1천2백만원을 대출 받아 달아났다.
범인은 이어 하오 7시30분 동사무소에서 다시 찾아가 숙직중인 이승기씨 (26·서울 녹번동 29의 63)에게 『신정호씨에게 양해를 구했으니 장증수씨의 주민 카드를 다시 보여 달라』고해 범행에 쓴 자신의 사진을 다시 떼어갔으며 범행 나흘 뒤인 6월13일 불광 2동사무소에 편지를 내 지신이 장증수씨를 가장해 범행했다고 연락, 사건 전모를 밝히는 등 대담성을 보였다.
이 경우 「부동산의 선의의 취득」이 아니므로 법률적으로는 권리 변동이 인정되지 않아 집주인은 피해가 없다.
다만 집을 가등기 한 채권자를 상대로 등기 말소 청구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불응하면 원인 무효에 의한 근저당권 설정 등기 말소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한다.
이 경우처럼 집주인 몰래 인감증명이 불법적으로 발급되어 저당이 설정된 것으로 밝혀지면 승소는 틀림없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채권자도 선의의 피해자로 인감증명을 발급한 동사무소 직원의 과실이나 고의가 밝혀지면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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