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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문화의 육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출판사상 처음으로 전국의 출판사 대표들이 모여「80년대 새문화정책에 따른 출판질서확립촉진대회」를 가졌다.
이 대회는 출판의 사회문화적 역할의 중대성을 확인하면서 출판계내부에 잔존하는 갖가지비리와 문제들을 정화할 것을 결의했다고 한다.
출판인 스스로가 이같이 결의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사실로서 이 기회에 우리 출판계가 안고있는 제반문제들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발전을 기약하고자 한다.
우선 우리 출판계의 입지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출판산업」이 문화산업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며 그것은 우리『사회의 경제·사회적 수준향상과 밀접히 연관된 것이다. 국민의 경제적 수준이 어느정도 향상되면서 국민의 관심이 생리적 욕구충족에서 나아가 고차적 문화충족의 단계로 진입한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 때문에 우리사회는 과거 20여년간의 경제적 성장을 바탕으로 차차 레저·오락 등 문화충족에 눈뜨고 있다. 그 결과 휴가인파나 TV선호열풍에서 보듯이 문화충족중에서도 다분히 감각문화의 측면은 상당히 진전을 보이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고급문화의 주류라 할 출판문화의 분야에선 요즘 상당한 침체를 겪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지난 10년간의 숫자상의 신장율은 현저한 것이긴하다. 70년에 2천5백91종 4백84만부였던 발행실적이 80년에 2만9백85종 6천4백60만부로 종류에서 8배, 부수에서 13배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출판업의 상대적 낙후현상은 매우 심각한 것이다. 전체 제조업에서 출판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6년에 1.3%였던 것이 76년에 0.3%로 떨어졌고 부가가치면에서도 1.8%가 0.4%로 줄고 있다. 또 문예물 3천부당 74년에 3.6%의 이익을 기록했던 것이 77년엔 6.9%의 적자를 나타냈다.
따라서 현재 우리 출판사는 2천사에 이르고 있으나 전반적 불황에다 부실경영과 유통질서문란등이 겹쳐 어려운 상태에 있으며, 서점경기의 후퇴로 빈발하는 부도사건이 겹쳐 소규모출판사가 큰 피해를 입고있는 실정이다.
그 여파로 이달중에 재고도서를 싼값에 팔기위해 전국재고도서공급공사가 발족하는 고육책마저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불황을 타개하며 우리출판문화의 건실한 발전을 기하기 위해 정부의 새문화정책은 좋은 방안들을 제시하고있다.
대형도서유통기구의 설립지원과 출판금고의 확대 및 도서관의 대폭증설·확충등이 중점사업중에 포함되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같은 방안들이 새문화정책에서 비로소 나타난 것이 아니고 과거 10여년래의 출판진흥의 과제였음도 잊어선 안되겠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실현하는가에 있다. 이는 물론 예산조달등 정부의 정책추진능력에 좌우되는 것이겠으나 근본적으로는 출판인 스스로의 자각과 결속에 의해 해결될수 있는 것 이다.
그것은 출판기업이 영세하고 부실하여 비리와 추태를 보여온것을 스스로 자체정화하는 노력에서뿐 아니라 출판전문인들의 직능과 의식의 개혁에서 적극적으로 타개해 나갈수 있을것 같다.
그것은 출판인들이 출판업을 「문화산업」으로서 인식하는 마음의 자세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종래처럼 안일하게 베스트셀러를 찾는 태도보다는 적은 부수라도 다양하며 유익한 책을 제작한다는 태도가 요구되는 것이다.
거기에 정부로서는 도서관의 신설·확충에 신경을 써준다면 더할나위 없다. 그에 앞서 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에서 예산회계법에 따른 경쟁입찰을 적용하여 책다운 책의 납품을 어렵게하는 부작용등의 해소를 위해 도서관법등 제법의 개선 개정에도 관심을 두어야겠다.
이번 출판인들의 결의를 계기로 우리사회의 고급문화의 보급발전에 공헌하는 출판문화진흥을 위해 정부와 출판인들의 배전의 분발을 새삼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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