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오른다"는 소문 나돌아-복중에 연탄 사재기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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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여름 삼복 더위 속에 때아닌 연탄 사재기 소동이 일고 있다. 최근 며칠사이 서울 시내에서 팔린 연탄은 하루 l천만장선을 돌파, 한겨울 성수기의 평균 수요량 8백만장을 훨씬 넘어섰고, 지난해 이맘때의 1백80여만장의 5배에 이르는 기록을 세웠다.
이같은 현상은 8월초부터 나돌기 시각한 「탄가 인상설」에 자극 받은 것으로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중소도시에서까지 한 가정에서 한꺼번에 수천장씩 무더기로 사재는 가수요 현상이 심하게 일고 있다. 이 바람에 대부분의 시중 소매상들은 몰려드는 주문에 공급이 달려 돈을 미리 받아 두었다가 배달하거나 웃돈을 주지 않으면 변두리·고지대의 공급을 기피하는 부작용까지 빚고 일부 공장에서는 값이 오를 것에 대비, 제한 생산·출고 기피를 하기도 한다.

<소매상>
서울 미근동 96의 7 한성 연탄 소매소 (주인 김원혁·63)는 하루 보통 3백여장씩 팔리던 것이 3, 4일 전부터는 5배가 넘는 1천6백장씩 팔리고 있다며 어떤 주부는 자기 집에 연탄을 저장할 곳이 없으니까 『돈을 미리 줄 테니 오르기 전 값으로 나중에 배달해 달라』면서 3천장 값인 40여만원을 맡겨 놓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또 서울 영천동 96 삼표 연탄 소매소 주인 김영렬씨 (50)도 하루 1천장 정도가 팔려 3, 4일 전보다 3배 이상 팔리고 있다며 삼표 연탄 수색 공장에 연탄을 떼러 가면 배달 차량이 1백여대씩 밀려 있는 바람에 보통 2∼3시간씩 기다렸다가 주문량을 받아 오지만 가끔 주문량 보다 연탄이 적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방 군소 도시에서도 마찬가지. 10일 군산 시내 각 연탄 보급소에 따르면 3, 4일 전부터 연탄 주문량이 많이 늘어 평소 하루 2만여장 팔리던 것이 요즘 이보다 10배가 넘은 25만장씩 팔리고 있다는 것.
H연탄 공급소 김성학씨 (55)는 『평소 하루 평균 50여장 밖에 못 팔았으나 요즘은 l천여장씩 팔고 있는데 연탄 운반 때문에 눈코 뜰 사이가 없다』고 말했다.

<차등 배달>
서울 대성 연탄 인의동 판매소 측도 지난봄 이후 하루 2백∼3백장 정도 나가던 것이 3, 4일 전부터는 2천5백장 정도로 주문량이 늘었다면서 배달 거리에 따라 연탄 한장에 1백40원·1백45원·1백50원으로 차등을 두어 주문을 받는 다고 말했다.
또 일부 소매점들은 연탄 가수요 현상이 일자 고지대에 대해서는 고시가 1백38원보다 훨씬 비싼 1백50∼1백70원까지 받고 있으며 웃돈을 주지 않으면 배달을 기피하기까지 한다.
서울 이태원동 258 이모씨 (58)는 10일 한 장에 1백50원씩 5백장을 들여놓았다며 『값이 오르면 최소 1백80원 이상은 될 것 같아 고시가보다 비싸지만 서둘러 들여놓았다』고 말했다.

<요금 올려 받기>
주부 김영자씨 (42·서울 상도동 270)는 연탄값이 오른다는 소문이 파다해서 1주일전 동네 연탄 가게에서 5백장 배달을 주문했더니 연탄값이 곧 1백60원으로 오를 것이라며 한장에 1백60원을 내지 않으면 연탄을 내줄 수 없다고 해 거절당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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