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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손쉽게 늘리는 방법은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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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 돈을 벌고 늘려 갈 것인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욕 안 먹고 돈 쓰는 요령을 터득하느라 고민일 것이다.
현실과는 거리가 먼, 장화 속에서나 나오는 얘기지만….
사람들은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고민을 하고 있다.
없는 사람은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 늘려 가고 관리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부동산·증권·은행 예금의 셋으로 나누어 투자하라는 이른바 재산의 3분법이 재산 증식의 고전처럼 되어 있다. 물론 때와 상황에 따라 효과는 다르다.
K씨(39)는 7년전 일을 잊을 수가 없다.
전자 대리점을 운영하던 K씨는 친지로부터 영동의 땅을 사라는 권유를 받았다.
평당 8천원씩 1천여평의 땅이었다.
앞으로 전망을 보고 사려했으나 돈이 부족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K씨는 이때를 『행운의 여신이 나를 등지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때부터 투기 바람이 불기 시작한 영동 땅은 천장부지로 치솟았다.
2년이 지나니 그 땅값은 평당 8만원 선으로 10배나 뛰었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올라 평당 70만원.
부동산 투자가 매력 있는 투자 방법의 하나인 것만은 틀림없다. 인플레 율이 높을수록 그 묘미는 더하다.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68년 이후 12년간 전국 땅값은 평균 45배나 올랐다.
지난 10년간 도매 물가 5·6배, 금값 17·9배에 비하면 땅값이 얼마나 엄청나게 올랐는지를 말해 준다.
지역에 따라서는 1백배 이상 오른 곳도 있다. 수원과 대전시는 1백1배까지 올랐다.
상황은 약간 다르나 일본에서도 「땅은 부의 어머니」로 통하는 모양이다.
지난해 상위 소득자 1백명 가운데 65명이 땅값 상승으로 돈을 번 「토지 갑부」라고 한다.
그러나 부동산도 흐름을 탄다. 하락과 침체와 회복 국면이 있다.
침체 국면에선 부동산을 제값에 현금화하기가 어렵다. 부동산 투자의 가장 큰 맹점은 침체기의 환금성.
돈을 관리하는 또 하나의 널리 알려진 방법은 증권 투자다.
증시가 호황을 누린 올해 상반기에는 재미를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올 들어서도 지난해와 같이 장사가 시원치 않자 옷 대리점을 하는 H씨 (38) 는 증권 회사에 근무하는 친구의 권유로 주식에 손을 댔다.
처음 3백만원을 갖고 건설 주를 조금씩 샀다. 주가가 계속 올라 재산 증식은 눈에 보이듯 했다.
H씨는 계속 장사 돈을 빼내 주식으로 돌렸다. 증시가 활기를 띄었으므로 희소식만이 들려 왔다. H씨는 사업 자금의 절반까지 증시에 투자하게 됐다.
사업은 부인에게 넘기고 아예 증권 회사로 매일 출근했다.
그러나 H씨는 자신이 투기 바람을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6월 중순부터 당국이 잇단만 규제를 발동함에 따라 주가는 7월7일을 고비로 곤두박질 쳤다. H씨의 주식 가치 수익은 바람 빠진 고무풍선처럼 오그라들었다.
주식 투자의 가장 큰 묘미가 단기가 매에 따른 시세 차익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정확한 예측과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에서 조심할 것은 뇌동매매. 남들이 산다 하면 「와」하고 뛰어들어「상투」 (최고 시세라는 말) 잡고 주가가 폭락할 때면 이미 팔 시기를 놓쳐 손해를 보기가 쉽다.
명동 증권가에서 꽤 알려진 K사장(59). 6년전 회사를 정리하여 일부 (약 50억원)를 주식에 투자했다. K씨의 주식 목록은 은행·보험 등 안정주가 대부분. 그는 거의 사고 팔고 하지를 않는다.
배당이 나오면 또 그 주식을 산다. 유상 증자 때에 산 주를 인수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해서 5∼6년 사이 투자액은 거의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재산 증식 수단으로 부동산이나 증권 투자에 비해 안심할 수 있고 손쉬운 것이 은행 예금.
이자 수익만을 생각하면 신용금고를 따라가 데가 없다.
7개월 이상만 맡기면 연 27%의 이자를 주니까 은행 최고 금리 (19·5%)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1인당 2백만원 한도로 제한되어 있긴 하나 우대 특별 정기 예금은 연 21·6%의 이자가 붙는다.
투자와 저축의 두가지 성격을 겸한 투자 신탁은 투자자들이 전문 회사에 돈을 맡기면 회사가 대신 투자해서 나온 이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고 또 이익이 안 남더라도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해 준다.
7일 이상만 맡기면 이자가 나오는데 오래 맡길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1백만원을 1년 맡겼을 경우 최소한 21만5천원의 이자가 보장되나 실제 이자는 23만3천8백원 (세금 공제 후)으로 은행 정기 예금의 17만2천8백88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
단자 회사에서 금리가 가장 높은 무담보 기업 어음의 경우 90일짜리는 연 21·57%, 단자회사에서 보증을 서는 담보어음은 18·28%.
며칠전 2백억원을 발행, 당일로 매진된 산업 금융 채권도 인기 종목. 할인 판매되는데 1년 짜리는 22·19%, 2년 짜리 는 25·6%다.
최근에는 신종 상업어음 (CP)이 여유 자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구미를 돋우고 있다.
금리가 25∼26% (최고는 28·7%까지 기록)나 되므로 수익률은 월등히 높다.
그래서 시중 유휴 자금이 하루 40억∼50억원이 몰려든다.
다만 거래 단위가 1천만원 이상이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이 이용하기엔 거리가 먼 문제점이 있다. <한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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