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IC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과 일본은 요즘 소리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현대산업기술의 최첨단분야인 IC (집적회로) , LSI (대규모집적회로)등 반도체를 놓고 바로 일본열도에서 공방전이 치열하다.
반도체 전쟁은 원래 일본의 선제기습으로 미국에서 먼저 벌어졌었다. 1970년대에 미국의 기술을 분양 받아 만들어낸 일본IC는 미국전자시장을 역습한 것이다. 일본은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해 보아란듯이 미국을 흔들었다.
일본전기·일립제작소·부사용 등 소위 「전전패밀리」가 일본 전신전화공사와의 공동연구로 생산한 LSI를 미국시장에 투입, 시장 점유률에서 미국을 단숨에 압도해버린 것이다.
지난 5월20일, 일립제작소는 최신예 16비트 마이콘을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에선 처음 나온 신종인데다 값도. 최고 4만엔(12만원)으로 미제와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기어이 「기술모국」으로서 잠재적인 위력을 발휘,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일본전자산업계는 그 동안의 눈부신 전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공포로 받아들이고 있다.
바로 지난6월2일 미국 4위의 반도체 메이커인 인텔사의 일본법인은 자두의 16비트마이큰 가격을 37%인하, 2만 엔까지 낮췄다. 여기에 세계최대의 반도체메이커 TI(텍사스 언스트루먼트)는 7월부터 일본시장에 단돈 6천 엔에 내다 팔고있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대일공세제1탄에 불과하다.
미국방총생의 엄호아래 고성능군사용 IC를 개발, 생산하고 있는 이른바 「펜터건·패밀리」가 최근 군사용 고집적 IC를 일본시장에서 팔기 시작했다.
이것은 전력소비를 극소화할 필요가 있는가있는 인공위성 등에 쓰이며 값도 10만 엔을 넘는다. 하지만 이 분야에선 일본은 속수무책으로서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우세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분명해졌다. 미국의 일본진출엔 「이유」들이 있다.
우선 일본시장은 세계에서 제일이라 할 점도로 큰 반도체시장이다. 일본은 올해도 VTR·마이큰 등 전년비 30%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질 높은 노동력, 우수한 두뇌, 뛰어난 생산 기술을 이용해 세계 시장을 석권하려는 미국메이커들의 계산도 작용했다. TI는 월산 1백 만개 규모의 세계최대공장을 일본에 세울 계획이다.
미국은 이제 적을 친구로 삼을 작정이다. 아니 「가족」으로 삼고있다.
가령 미국 모터롤러사는 16비트 마이콘의 몸체기술을 일립제작소에 주고, 부수된 IC연구개발은 일립에 위탁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장기전략의 일환이다. 6월 말 대촌「와인버거」국방회담에서 미국이 일본에 대해 군사용 전자기술의 제공을 구한 것도 이것이다. 높은 품질 관리능력을 가진 일본의 초LSI기술을 미국이 이용하자는 의도다.
결국 강약을 따진다면 미국과 일본은 여전히「어른」과「아이」인 것이 이번「국지전」 에서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이제야 비로소 IC분야를 전략산업의 하나로 지정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