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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쓰러진 야구인 정두영씨 80일째 의식 못 찾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50년대 말부터 60년대 초까지 박현식과 쌍벽을 이루었던 강타자인 「장사 야구인」 정두영 야구협회국제이사(49)가 전 야구계의 애타는 기원에도 80일째 의식불명인 채 사경을 헤매고 있다.
1m80cm, 82kg의 거구로 야구장의 황소로까지 불리던 정씨가 쓰러진 것은 지난 5월17일.
서울용산 필석동 렉스맨션아파트의 집으로 들어가던 중 집 앞 도로에서 영업용택시에 치였던 것. 정씨는 이 교통사고 후 중앙대부속 성심병원(중구 필동)에 옮겨져 박수성 원장의 집도 하에 3시간 가량의 뇌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치 못한 채 3층 중환자실에서 80일간 식물인간이 되어있는 것이다.
정씨의 병명은 뇌경 막외혈중. 뇌를 둘러싸고 있는 경막이 부서져 그 피가 경막 바깥으로 흘러나온 증세다.
담당의사인 신경의과 석종식 박사는 『이 같은 뇌경막외혈증의 후유증은 보통 3개월 가량 계속되기 때문에 90일 정도가 가장 어려운 때』라고 말했다. 따라서 정씨는 이제 생사의 고비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정씨는 51년 대전고를 졸업한 후 교통부·육군의 선수생활을 거쳐 철도청감독·홍철회(철도청의 개명) 야구부장을 지냈고 80년9월 야구협회국제 및 섭외이사로 피피선 되어 심판위원장까지 겸하고있다.
대전고 시절에는 투수로 활약했으나 어깨고장으로 교통부와 육군시절에는 강타자로서 중견수와 좌익수롤 맡았다. 육군선수 시절에는 왕년의 홈런타자인 박현식씨(현 제일은행부평 지점장)과 함께 3, 4번을 친 뚝심 있는 홈런타자로 각광을 받았었다.
정씨의 치료비는 자동차보험에서 지급되고 있으나 많은 야구인들이 정씨 돕기에 나서 훈훈한 인정의 꽃이 야구장 주변에서 피어나고 있다.
40여 명의 야구심판들은 심판 비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떼어 정씨 돕기 기금으로 저축,1백만 원 모금을 목표로 하고있으며 서울 시내 중·고교 및 대학·실업감독들도 각각 1백만 원의 모금운동으로 선배의 쾌유를 빌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많은 야구인 들의 애틋한 기원에도 쓰러진 정씨는 차도를 보이지 않은 채 전혀 말이 없다. <조이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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