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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서원 의문의 피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퇴근길 세무서직원이 세무서 정문을 나서다 20대 괴한이 휘두른 칼에 배를 찔려 숨졌다.
30일 하오6시50분쯤 서울 효제동 20의1 서울 북부세무서 정문 앞 인도에서 배부세무서 부가가치세과 신고2계 세무주사 강정근 씨(40·서울 북가좌동335의33)가 20대 괴한에게 명치 두 곳과 오른쪽 어깨 등을 찔려 병원에 옮겨졌으나 하오8시20분쯤 숨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30m쯤 떨어진 만물상회 식품점(주인 김재춘·43)에서 술을 마신 김민호 씨(29·중앙나염공장 종업원) 등 3명의 진술에 따라 일단 범인을 1명으로 보고있으나 사건직후 청년 2명이 골목길을 통해 달아나는 것을 보았다는 새로운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2명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펴고있다.
사고현장 근처에서 놀다 법인으로 보이는 청년 2명을 목격한 김모군(9) 등 어린이 4명은 골목에서 놀고있는데 갑자기 빨간 상의와 청바지를 입은 청년과 회색상·하의를 입은 청년 등 2명이 헐레벌떡 뛰어와 골목어귀에서 뿔뿔이 다른 방향으로 달아났다고 31일 경찰에서 말했다.
경찰은 범행시간이 초저녁 퇴근시간이고 통행인이 많은 인도에서 발생했으며 현금6만8천 원과 손목시계를 차고있었으나 피해품이 없는 점으로 미루어 피해자의 직무와 관련된 원한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있다.

<발생>
북부세무서 정문에서 이화동쪽으로 30m쯤 떨어진 만물상회 식품점 앞 파라솔 밑에서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시던 김민호 씨 등 3명이 사건을 목격했다.
김씨에 따르면 20대 청년이 북부세무서 앞 인도에서 황급히 뛰어와 가게 앞 골목으로 달아난 뒤 1분쯤 뒤에 강씨가 피가 흐르는 배를 움켜쥐고 뒤쫓아와 범인이 달아난 골목으로 20m쯤 달려간 뒤 쓰러졌다.
강씨는 길바닥에 웅크리고 넘어진 뒤 신음소리를 내며 2∼3m쯤 더 기어가다 실신했다.
강씨는 과도로 보이는 흉기에 명치 두 곳을 정통으로 찔렸고 오른쪽 어깨에도 상처를 입었다. 사건현장은 종로5가와 이화동로터리 중간지점이다.

<수사>
범행이 불과 30초에서 1분 사이 순식간에 이뤄졌고 살해방법이 대담·잔인한데다 피해금품이 전혀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일단 금품을 노린 강도의 소행이라기보다는 세무업무와 관련, 강씨에게 불만을 가진 사람이나 청부를 받은 범인이 강씨의 퇴근길목을 노려 범행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압축하고 있다.
경찰은 또 강씨가 평소 의협심이 강하고 유도(3단)로 단련되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부근 불량배의 시비에 말려들어 변을 당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강씨는 최근 탈세적발에 실적을 많이 올렸으며 사고당일에도 1백80만 원 짜리 탈세를 적발했었다.
경찰은 강씨가 4주전에도 밤늦게 종로4가 일식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다 낯모르는 불량배2명에게 얼굴을 얻어맞고 발길로 채여 갈월동에 있는 모병원에서 입안을 4∼5바늘 꿰맨 뒤 하루 입원했던 사실을 밝혀내고 당시 강씨를 때리고 달아났던 불량배들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경찰이 이들을 쫓고있는 것은 강씨가 병원에서 숨지기 전 『누가 그랬느냐』는 경찰의 물음에 『깡패 깡패…』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강씨 주변>
강씨는 61년3월 국립체신대학행정과 (2년제)를 졸업한 뒤 65년11월 5급 행정직에 합격, 체신공무원으로 일해왔다고 강씨는 70년12월과 74년3윌 2차례 체신부장관 표창을 받는 등 모범적인 근무를 해왔다.
2년 전 국세청으로 옮겨 성동세무서에서 일하다 지난해 9월 북부세무서로 전근했다.
북부세무서에서 동대문시장과 종로5가·원남동 등 담당구역의 부가세신고와 누락분 추징 등의 일을 말아왔으나 두 달 전부터 담당구역제가 폐지되는 바람에 일정한 담당구역이 없었다.

<범인>
범인은 22∼23세 가량으로 베이지색 상·하의를 입고 검은 색 구두를 신었으며 키는 1m67cm 정도였다. 머리는 하이칼러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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