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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늘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아우는 태어나자마자(당연히, 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어이없게도 빙긋빙긋 웃었던 아이다.
다섯살 때 한 거렁뱅이 노인이 나타나 어떤 계시를 주고 간다. 스무살 안에 산으로 보내지 않으면 집에서 송장을 치르게 된다는 것.
후에 아우는 그 사실을 모르면서 스스로 전설이 있는 장암산에 입산한다.
그리고 투명체 모형 피라밋에 순수지성과 순수사랑을 공명시켜 신선들이 사는 설경으로 들어가는 도를 닦기 시작한다.
형은 희귀곤충을 잡아 일본에 밀매하는 사람, 나중에 감옥살이를 하게된다. 사람도 실패하고 인생도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형 앞에서 아우는 사람이 부질없는 것들에 매여 고통받고 있으며 이상적인 삶이라는 것은 결코 속인들의 그런 사고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주 설법하듯 역설하곤 한다.
감옥에서 3년만에 돌아와 아우를 보니 아우는 장암산 정상에서 해를 등지고 앉아 여전히 도를 닦고 있다. 자세히 보니 아우의 무릎 앞에 놓여 있는 투명체모형 피라밋 속에는 형이 잃어버렸던 장수하늘소가 들어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3년 동안 죽어있던 그 곤충이 일출과 함께 차차 살아나서 발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때 피라밋은 녹아 없어지고 아우는 잿더미처럼 풀썩 무너 앉는다. 미이라처럼 죽어 있는 것이다.
형은 비로소 아우가 항시 이야기하던 신선의 존재를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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