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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해외 연수 무엇을 어디로 배우러 가나|2천여 명이 출국준비…비용·문제점 등을 알아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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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름방학을 맞는 대학가에 학생들의 해외 연수 바람이 거세게 일고있다. 서울대를 비롯, 서울 시내 10개 대학 재학생 중 이번 여름방학 동안 해외 연수차 출국이 확정된 학생 수만도 1천2백여 명 (본사 집계). 전국 대학을 통틀어 보면 줄잡아 2천명 선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부분이 사실 알선기관을 통해 나가는 자비 연수생들. 얼마를 들여 어디로 무엇을 배우러가며, 문제점은 없는지 그 실태를 알아본다. <사회부>

<인원 및 자격>
대학별 해외 연수생은 6일 현재 서울대가 2백9명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 대부분의 대학도 1백∼2백 명선.
성대외국어대 숙대 서강대 등은 연수자가 1백 명 미만이다. <별표참조>
대부분의 대학에서 신원조회에만 저촉되지 않는다면 성적과는 관계없이 해외 연수를 허용해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돈 있는 집 자녀는 누구나 해외 연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중앙대는 4학년 학생을 대상에서 제외시켰고 "성적이 우수해야한다" 는 단서를 붙였다. 또 성대는 "행실이 좋고, 성적이 B학점 이상일 것", 외국어대는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해외연수를 허용하고있다.
각 대학의 해외 연수 자 가운데는 전체 비용의 70%를 문교부가 부담해 파견하는 학생들이 2∼3명씩 있다. 이들은 대부분 희망자 가운데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로 학교당국이 선발했다. 외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총 학생장을 선발하기도 했다.
서울대는 문교부 보조 70%에 나머지 30%의 비용을 학교가 부담하는 학생을 20명쯤 선발, 동남아에 보낼 예정으로 문교부와 절충중이라 「자비 연수생」을 제외하고는 아직 구체적인 자체 연수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있다.

<목적>
문교부가 비용을 보조해주는 해외 연수는 "견문을 넓히고 반공 의식을 고취한다"는 것이 목적. 그러나 올 여름 대학생 해외연수 희망자의 80% 정도가 "어학연수"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두드러진 목적은 각종 국제 행사의 참석.
「한스·크리스티안·안데르센 기념축제 참석」도 있고 「아태 지역 청년 대 야영 제 참석」도 있으며 「국제어린이 여름마을행사 참석」도 있다. 이밖에 공대 생을 대상으로 한 「기술연수」 「한·일 대학생 승공연수교육」 「현대무용 하계강습」 「해외연주」 「복음 화대회 참석」 등도 있다.

<가는 곳>
나라별로 볼 때 미국이 전체 연수자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다음이 영국 동남아 독일 프랑스의 순으로 돼있으며 캐나다 덴마크 스위스 터키 등 모두 20여 개국이 연수 대상 국으로 꼽히고 있다.
어학연수는 대부분의 알선기관이 외국의 특정대학이나 어학연구소와 계약, 일정기간의 언어 교육을 받도록 계획을 짜놓고 있다.
각 대학은 대부분 자비 연수생에 대해서는 사실 알선기관에 맡겨버렸지만 중앙대의 경우는 자비 연수생에 대해서도 전원을 학교가 지정하는 자매학교로 가도록 하고있다.
경희대도 자매학교인 미 코네티컷 대학과 교섭, 일부 학생 (43명)을 보내 매일 8시간씩 현지에서 미국 정치·경제 등의 강의를 받도록 묶어놓았다.
자매대학으로 가는 연수생들은 그 대학의 기숙사를 이용하게 되지만 일부 알선기관에서는 연수효과와 비용 등을 고려, 홈스테이 (민박)를 주선해 미국 가정생활을 직접 체험하고 생활 영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한 경우도 있다. 그 예로 한국 국제교육교류협회가 마련한 어학 연수 반은 미 캘리포니아 주 프레지노 시에서 민박을 하면서 국제 영어 연수원에 다니도록 돼있으며 연수 기간엔 자주 시험까지 치르게 된다.

<기간>
알선기관별로 또 각 대학의 그룹별로 모두 연수기간이 다르지만 지역별로 볼 때 동남아는 10∼20일, 미국 30일 안팎, 유럽은 30일 이상으로 돼있다.
국제행사 참석은 10일 정도이나 어학연수는 대개 30일 안팎. 한미 친선 회가 마련한 이대 생의 미국 어학 연수팀은 40일로 돼있다.
다른 알선기관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기간을 모두 주입식 연수로만 보내는 것은 아니다.
처음 4주간은 대학 기숙사에서 묶으며 일정에 따라 교육을 받고 나머지 기간은 관광지를 순회, 주민 접촉을 통한 회화 연수를 하게 된다.
이밖에 연수기간이 비교적 긴 경우가 기술연수. 국제 학생 기술연수협회가 마련한 공대 생 기술연수는 캐나다와 독일 팀이 각각 60일이고 터키 팀은 지난 1일부터 오는 9월10일까지 연수기간이 72일이나 된다.

<비용>
문교부가 비용의 70%를 보조 해주는 이른바 「문교부 케이스」는 대부분의 대학이 나머지 30% 가운데 절반을 학생 장학금에서 떼어 보조해준다. 따라서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15%. 연수 대상 국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겠으나 대략 20만원 정도가 본인 부담이 된다.
고대에서는 30% 전액을 본인 부담으로 했고 외국어대는 30% 전액을 학교가 보조해주고 있다.「문교부 케이스」가 아닌 자비 해외연수는 연수지역·숙박조건·연수기간 등에 따라 알선기관에서 책정한 비용이 각각 다르다.
미국의 경우 대학의 기숙사를 이용하거나 민박을 한다하더라도 30일을 기준 할 때 비용이 1백50만∼2백만 원쯤 된다. 숙박 혜택을 받지 못하게될 때엔 전체 비용이 3백만 원 가량 될 것이라고 대학 관계자들은 어림하고 있다. 동남아의 경우 (대만-홍콩-필리핀-싱가포르-태국) 15일을 계산하면 95만 원 정도.
자비 연수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보조」가 없으나 경희대는 학교측이 주관해 모집한 동남아 연수팀에 한해 1인당 10만 원씩의 문교부 보조금을 주고있다. 또 중앙대는 연수 자 1백45명중 성적이 우수한 30명에게 연수지역에 관계없이 연수비용 전액을 학생 장학금에서 보조해 주기로 했다.

<알선기관>
대학생들이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창구는 ▲문교부 케이스 ▲중앙대의 경우처럼 학교 스스로의 주선 ▲한국 국제교육교류협회와 같은 정부지원 기관 ▲문화단체 ▲최근 난립하고있는 사설알선업체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창구는 역시 사설알선업체. 이들은 "인솔교수와 장학생 1명은 무료" 라는 광고를 내며 열띤 유치 작전을 벌이고 있다.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선발한 학생들까지도 이들 알선기관에 의뢰, 해외연수를 주선할 정도.
현재 서울에만도 10여 군데의 사설 알선업체가 해외연수와 해외유학을 알선하고 있는데 이들은 실제 비용 85%에 수수료 명목 15%를 합한 액수를 전체 비용으로 받고있다.

<문제점>
30일 안팎의 짧은기간에 어학연수를 실제로 얼마나 할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는 제쳐놓고라도 학생들이 출국한 뒤 연수 및 생활지도가 사실상 제대로 이뤄질 것이냐 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외에의 문호가 좁았던 지난 겨울방학 알선업체가 주선해 보낸 「선발된」 미국 연수팀 중 20여 명이 도중에 이탈,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다가 현지 교포신문에까지 보도된 적이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연수야말로 문호가 넓어진 만큼 부작용도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번에 해외에 나가는 학생들은 성적이나 행실을 위주로 선발된 학생들이라기 보다는 경제적 능력위주의 희망자들인데다 외부 알선업체를 통한 경우가 많아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고 자칫 유흥위주로 탈선할 염려도 없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연수 희망자들에게 "돈 많이 가져가지 말라"고 간곡한 당부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우려되는 것이 귀국 후 학교에서 동료들과의 위화감 조성문제라고 대학 당국자들은 덧붙여 지적하고 있다.
30일 안팎의 해외연수에 3백만 원 정도의 비용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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