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 유서…관세협 계장 목매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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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일 하오 3시쯤 서울 방화동 390 계화산 중턱에서 한국 관세 협회 김포 사무소 장치 계장 허재씨 (55·서울 공항동 60의 121)가 높이 6m쯤 되는 소나무 가지에 나일론 끈으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행인 구광서씨 (49)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79년8월 김포 사무소 창고에 보관 중이던 여행객 은만회씨 (35)의 4백만원짜리 다이어먼드 반지 분실에 대한 책임을 협회 측이 물고 구상권을 행사하자 고민 끝에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허씨는 당시 창고 장치 계장이었는데 취급자였던 김의태씨가 이 사건으로 파면되고 김씨가 판제 능력이 없어 협회 측이 일단 여행객에게 분실 반지를 보상해 주고 사건을 마무리지었다는 것.
그러나 지난 5월 관세청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관세청이 『창고 관리자인 허씨에게 책임을 물어 반지 값 4백만원, 관세 1백12만원 등 5백12만5천원을 판제 하라』는 지시를 하게되자 고민 끝에 자살한 것 같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편 허씨는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31년 직장 생활에 누명을 쓰고 괴로운 종말을 맞았다. 사건 당시 근무 계장은 다른 사람인데 왜 직장에서 나를 괴롭히는가』라고 쓰고 『이번 공문도 79년 사건인데 80년도에 보낸 것이 수긍이 안가니 관계 당국을 찾아서 사건의 진상을 해명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허씨의 부인 표월자씨 (46)에 따르면 남편 허씨가 지난달 29일 직장에서 퇴근한 후 『억울하게 5백만원을 판상 해야 한다』고 괴로워 하면서 다음날부터 계속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 있다가 숨지기 전날인 1일 상오 9시쯤 『바람이나 쐬고 오겠다』며 집을 나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
관세 협회는 64년5월4일 재단 법인으로 설립돼 세관에 유치된 여행객의 물품을 보관, 수수료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허씨는 25년 전 현재의 부인 표씨와 결혼, 2남 l녀를 두고 있으며 결혼 당시부터 서울 세관·김포 세관 등에서 일하다가 8년 전 한국 관세 협회로 옮겨 지금까지 근무해 왔다.
허씨는 지난 1월에도 1백40여개의 시계를 밀수하다가 적발돼 검찰에 구속되었던 중국인이 검찰 진술에서 장치계 직원인 임모씨와 공모했다는 허위 진술을 하는 바람에 감독 소홀로 징계를 당하기도 했는데 검찰 수사 결과 임씨가 공모한 사실이 없음이 밝혀지자 자신에 대한 징계가 억울하다고 상부에 진정을 내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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