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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흡연 시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일전 여성흡연에 대한 중앙일보 조사에 보니 찬성률이 30%, 젊은 주부층의 40%라는 놀라운 긍정도가 보였다. 지금의 작은 습관이나 유행이 새로운 전통이나 풍습이 되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리라. 그러나 소수 여성의 흡연을 무조건 불량기로 보거나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애연이다 혐연이다, 남성이다 여성이다에 앞서 비도와 절제를 지키고, 맛과 멋의 수준을 높여, 사회윤리의 시점에서 개인의 기호물로서 아름답게 사용되어야만 밝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차(다)는 마시는 사람에 따라서 맛이 다르고 그 격(격)이 달라진다는데, 다도·주도처럼이 흡연에도 격조와 도가 있을 듯하다. 나 같은 촌부의 눈으로는 어른들의 곤드레만드레, 젊은이들의 풋내기 폭주는 하급중의 하급인 음주법으로 보인다.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아내와 다투지 않는다는 임어당의 글이 있다.
성냥을 준비하고 담뱃불을 붙이면서 그는 이미 이성과 여유를 찾은 것이다. 사형수가 마지막 소원으로 청하여 얻은 한대의 담배를 피우며, 세상과 결별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잠시 얻는 평온과 위안은 오히려 경건하다.
촛불을 켜듯 영혼의 불을 당기는 한밤의 흡연, 깊은 사념의 여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는 한줄기 빛, 이때의 담배는 사색의 열쇠요, 풍요로운 자신과의 만남이다.
흡연하지 않고서도 평안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건 일급일게다. 애연가가 담배를 끊었다면 그도 일급이다. 그는 이미 흡연의 맛과 멋을 알았고 의지의 기쁨까지 더불어 만끽할 테니까. 호기심이나 군중심리로 피우는 담배는 하급에 속하리라.
어른이 되기 위한 시위의 흡연 역시 하급. 멋을 내기 위해서, 살을 빼기 위해서도 하급, 만취한 손가락사이에 끼워진 담뱃불은 불안감까지 조성하니 아예 급수에 넣을 수도 없다.
이조 때부터의 습관으로 웃사람 앞에서 함부로 흡연하지 않는 경향은 지금도 아름답게 보이며 아직도 여성흡연에 인색한 눈길도 당시의 남존여비가 만들어낸 인습인 듯하다.
그 당시 기녀 층이나 노인들 사이에서는 은연중에 여성흡연이 묵인되어 한과 설움을 달래는 방편으로, 한편으로 배앓이며 담 등의 약효가 있다하여 애용되기도 하였다. 이미 끽연에 의한 위장계통의 질병, 암발생의 요인, 태아·유아에 끼치는 해독, 공해 등의 문제로 서구유럽에서는 절제 금연운동이 적극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여성흡연이 어느 정도 절게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다행스럽고, 선인들의 인습에 감사할 일인지도 모른다.
일부 고교생·청소년들의 흡연문제는 죄악시하거나 평시하기 전에 성교육과 마찬가지로 사전교육, 자각시켜 건강하며 건전한 성인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상인·유흥업소·가정·학교등 사회전체의 따뜻한 보살핌과 내 자식 아끼는 사람 없이는 햇빛과 물과 양분을 주지 않고 열매를 기다리다가 나무만 탓하는 어리석은 농부와 무엇이 다르랴.<서울도봉구 월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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