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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평준화의 재검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고교평준화시책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의견이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무총리 정책자문회의는 29일 이 문제에 대한종합평가를 건의했고, 교육정책 전반을 다룬 민한당의 공개간담회에서도 학교별 경쟁입시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다수의견」으로 제시했다.
총리정책자문회의는「81년도 평가보고서」에서 고교평준화가 평준화에만 치중한 나머지 우월성의 추구나 사학의 자율성을 저해했으며, 전세계적인 영재교육 추세에 맞추기 위해서도 이제도의 재검토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한당 의원들은 현행 각급 학교 입시제도의 근본적개혁이 있어야하며, 특히 고교평준화제도는 어떤 형태건 개선되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실시이래 찬반논쟁이 아직도 끊이지않고있는 문제지만, 교육제도가 국가의 장래와 직결되는 중대사라는 점에서 이제 보다 진지하게 재고해야할 시점에 왔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 시책은 주지하다시피 소위 일류고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 집착 때문에 극성스런 과외풍조를 자아냈고 이로 인한 학부모들의 과중한 과외비 지출, 성장기 청소년들의 건강저해등 누적된 교육부조리를 완화시킨다는 명분하에서 강행된 것이었다.
이것은 또한 모든 국민에게 동등한 교육여건 밑에서 동등한 질의 교육을 보장한다는 이른바 「교육의 기회균등」이란 이상론에 바탕한 야심적 기획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이나 명분이 아무리 홀륭해도 실시불능의 환상적 기대를 전제로한 것이라면 결국은 탁상공론에 불과할뿐이다.
각 학교의 자율성 보장만이 교육의 질적향샹을 기필할수 있다는 점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교사의 질에서부터 학교의 시설에 이르기까지 평준화시킬수 없는 학교교육을 꾸준히 시키겠다고 한것부터가 무리였다. 더욱이 국가의 재정사정 때문에 모든 학교에 고른 재정지원을 해줄수도 없는 형편에 비추어 이 시책은 처음부터 허구에 가까운 제도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각급학교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력저하, 사학을 비롯한 모든 학교의 자율성 위축 학교교육에 대한 일반의 불신감 조장등 숱한 부작용을 파생시킨 이 제도를 더이상 방치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제도에도 장점이 있음을 인점한다. 이른바 일류의식을 중화시키고 청소년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한 점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정상화나 질적향상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을 우리는 보다 중시해야한다.
우리나라 고교교육의 60%를 담당하고있는 사학의 운영난도 간과될수없는 문제점이다. 어차피 국가예산으로 모든고교를 부지하지 못할 바에는 순전히 재정적 이유만으로도 사학의 진작을 통해 민문의 교육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5년 동안에 5조원이란 막대한 교육투자를 해야하는 궁지에는 몰리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이재정 마련을위해 교육세 신설등 갖가지 방안이 강구되고 있지만, 과연 그만한 돈을 조달할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육영에 뜻을 둔 사람들에게 교육에 참여할수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공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는 첩경이 될것이다.
새공화국 출범과 「7.30 교육개혁」등으로 우리의 교육여건은 크게 달라졌다. 과외풍조일소, 해외유학문호의 개방등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변화를 감안할 때 고교평준화의 재검토는 이제는 시도해 볼만할 것 같다. 그렇다고 당장 평준화시책을 중단하고 전반적인 경쟁입시제로의 환원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사학, 그중에서도 국고보조없이 자립 운영할 수있는 건실한 사학에 대해서는 학생선발·수업료 징수등을 자율화하는 길을 터주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강구되기를 바란다.
교육은 「우리의 미래」가 걸린 중대사다. 현재가 고통스럽고 제도개혁이 아무리 번잡스럽더라도 우리의 밝은 미래를 위해 고교평준화등 교육제도의 개선· 보완은 우리가 꾸준히 추구하고 진지하게 연구해야할 당연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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