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이어 … 문형표 "담배값 4500원으로 올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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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올해 안에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형표(사진)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장 효과적인 금연 정책은 담뱃값 인상”이라면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최소 2000원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상이 확정되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 가격(2500원) 기준으로 두 배 가까이로 오르게 된다.

지난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청문회에서 “국민건강 증진 차원에서 담뱃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주무 부처인 복지부 장관이 담뱃값 인상폭을 언급함에 따라 가격 인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담뱃값은 2004년 말 500원을 올린 뒤 인상한 적이 없다.

 문 장관은 “2004년 500원 올린 뒤 판매량이 감소하고 흡연율이 2년 새 12%포인트 정도 떨어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흡연율 하락 추세가 정체에 빠졌다”면서 “현재 약 44%인 성인남성 흡연율을 202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5%)으로 낮추려면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담뱃값은 OECD 최저 수준이다.

 문 장관은 “장기적으로는 담뱃값을 OECD 평균인 7000원 정도까지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담뱃값 인상 수입은 금연 클리닉 치료와 같은 금연 정책에 집중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복지부는 담뱃값을 최소한 두 배로 올려야 흡연율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담뱃값을 올리면 청소년 흡연율 감소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복지부는 조만간 기획재정부·안전행정부 등 관계부처 고위간부 협의회를 열어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동안 서민 부담, 물가 자극 우려 등을 이유로 내세운 기재부의 반대에 부닥쳐 인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담뱃값 인상에 동의하면서 인상은 기정사실화됐다. 다만 어느 정도 올릴지는 기재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인상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다만 담뱃값을 언제 어느 정도 올릴 것이냐는 좀 더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내 의견이 조율되면 당·정 협의를 거쳐야 한다. 또 국민건강증진법·지방세법 등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문 장관은 “관계부처와 구체적으로 상의해야겠지만 복지부의 바람은 관련 법 개정을 최대한 빨리 추진해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발의한 법률(4500원으로 인상)이 계류돼 있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논의된 적은 없다.

 담배회사들은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KT&G 측은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저소득층 흡연율이 고소득층보다 높은 점을 감안하면 서민의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라면서 “담배가 몸에 안 좋아서 가격을 대폭 올리려 한다면 같은 논리로 술값도 손대야 하는데, 술은 내버려두고 담배만 올리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현영·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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