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005년부터 양적완화 … 자산 거품 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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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이 2005년부터 양적 완화(QE)를 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스위스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수석 이코노미스트 타오동(陶冬) 박사는 되물었다. 중국 신용버블(Credit Bubble)을 설명하면서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본지와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이 2005년부터 머니 프린팅(Money Printing)을 했다”며 “그 증거는 두 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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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엇인가

 “인민은행 대차대조표(자산 규모)를 봐라. 2005년 이후 급격하게 불어났다. 마치 2008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이 불어난 모습과 같다. 현재 인민은행 자산이 Fed보다 크다.”

 - 또 다른 증거는 무엇인가.

 “세계 최대인 외환보유액이다. 올 6월말 현재 3조9900억 달러에 이른다.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찍어 외환시장에서 풀어 달러를 사들인 결과다. 위안화 가치가 너무 빨리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이다.

 - 인민은행이 시중에서 위안화를 흡수(불태화)하지 않았나.

 “일반적인 경우 돈을 풀면서 다른 채널을 통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데 인민은행은 거의 하지 않았다.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마다 정해진 만큼 대출이 이뤄지도록 위안화를 찍어 공급했다. 위안화를 흡수하는 작업을 병행했다면 인민은행 자산이 그렇게 불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 그 결과가 바로 신용거품인가.

 “그렇다. 인민은행 어느 누구도 QE를 입에 담지 않으면서 실제론 QE를 해왔다. 중국은 일본(2001년)에 이어 두 번째로 QE를 한 나라인 셈이다.”

 타오동은 중국 QE를 처음 주장한 인물이다. 인터뷰 직후 미·중 중앙은행 자산 규모를 비교해보니 그의 말대로 인민은행 자산이 더 많았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의 55% 정도에 지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경제정책 사령탑인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에게 QE는 전임자들이 물려준 고민덩이인 셈이다.

 - 중국 신용거품 붕괴를 경고하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이제 진짜 고비가 다가온다. 제조업체와 건설회사 등 일반 기업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부채가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만기가 된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 중앙정부가 곶간을 열어 구제해주지 않을까.

 “현재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도덕적 해이를 피하기 위해 일반 기업이나 지방정부가 파산하도록 내버려 두려고 한다.”

 - 그래도 중앙정부가 끝내 나설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다수다.

 “쉽지가 않다. 그들의 부채 대부분이 그림자 금융시장에서 빌린 것이다. 시중은행이 꿔준 것이라면 정부가 개입하기도 쉽겠지만 그림자 금융시장은 그렇지 않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처럼 파생상품으로 둔갑해 있는 경우(구조화)가 많다. 리스크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다.”

 - 패닉이 가능하단 얘기로 들린다.

 “실제로 그렇다. 일반 시민들이 좀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신탁계정에 맡긴 여윳돈이나 노후자금이 정부의 대출 규제 틈을 타고 건설회사와 지방정부 등으로 흘러들어갔다. 한번 터지면 군중심리에 의해 패닉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 주택시장발 위기 가능성은 어떤가.

 “지금 중국 주택시장은 조정 1단계다. 가격은 그런대로 유지되지만 거래량이 줄어드는 시기다. 2단계가 바로 위기 국면이다. 하지만 미국처럼 빚내 집 산 사람들이 많지 않다. 대신 건설회사 부도가 그림자 금융 패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금융시장 불안은 실물경제가 잘 돌아가면 진정된다. 중국의 올 2분기 성장률은 예상치인 7.5%에 도달했다. 올 3분기 예상치는 7.3%다. 성장률이 둔화하기는 하지만 최악은 아니다.

강남규 기자

◆타오동(陶冬)=크레디트스위스에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수석 이코노미스트. 한국보다 해외에서 훨씬 잘 알려져 있는 중국 경제 전문가다. 2004년 중국의 경기 과열과 2007년 금융위기를 경고해 명성을 얻었다. 그는 중국 국적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직설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베이징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유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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